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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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수사하던 검사들, SK·애경 변호한 로펌 이직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이 해당 기업을 변호하는 대형 로펌에 취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9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수사하며 SK케미칼과 애경 관계자 등을 재판에 넘긴 A변호사가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A변호사는 해당 로펌에서 공정거래와 기업자금, 금융·증권, 중대시민재해 등 사건을 주로 맡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로펌들이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노동과 산업재해 분야에 정통한 검사 출신을 대거 영입했는데 A변호사의 로펌행 역시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은 재판에서 두 기업의 변호를 맡았고 SK 케미칼와 애경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2심 재판을 진행 중인 태평양은 지난달 24일 A변호사를 영입했다.

 

태평양 측은 이날 JTBC 측에 “검사 시절 담당했던 사건은 원칙적으로 배당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옥시 한국법인의 존리 대표 등을 수사했던 B변호사도 지난해 법무법인 광장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B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관련 수사를 맡았고 이직 직전에는 같은 검찰청에서 반부패수사부장으로 근무했다. 

 

광장은 현재 SK 케미칼 측의 변호를 맡고 있다. 광장은 B변호사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맡았던 때는 2016년이고 당시 광장은 옥시의 피해자 배상 지원 업무에만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2011년 급성호흡부전 환자들이 잇따라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환자들은 대부분 영유아나 임산부, 혹은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등으로,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자는 7768명, 사망자는 1784명에 이른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