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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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교육부 장관 인사 참사가 남긴 것

음주운전·논문 논란에도 임명
결국 ‘만5세 취학’카드에 하차
교육부 요직인사 전문성 없어
새 수장 찾을때 과오 반복말아야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는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취임 전 쏟아진 자질 논란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만 5세 취학’ 학제 개편 논란이 결정타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후보 지명 순간부터 대통령 업무보고에 이르는 한 달여간 인사 참사의 전조(前兆)는 계속 보였다.

박 전 부총리가 후보로 지명된 후 만취 음주운전과 논문 표절, 조교 갑질 의혹 등이 쏟아졌다. 대부분 교육부 장관의 덕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들이어서 반대 여론이 높았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되레 “언론, 야당의 공격 받느라 고생했다”며 박 전 부총리를 위로했다. 사사건건 ‘법대로’를 외치던 대통령이 음주운전 전력에 대한 비판조차 ‘별 문제도 아닌 걸로 시비 건다’는 식으로 남 탓을 한 것이다. 이 때부터 윤 대통령의 판단이 객관성을 잃고 사고는 마비된 것으로 의심된다.

김수미 사회부장

한술 더 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7월17일)에서 “스타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장관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해 정책을 적극 알리라고 당부했다. 그 후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박 전 부총리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폭탄 발언하듯 만 5세 취학안을 꺼냈다. 발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 결과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97.9%에 달했다. 박 전 부총리가 그 어려운 국민 대통합을 해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런 무리수가 단지 스타 장관에 대한 박 전 부총리의 욕심만으로 가능했을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지낸 그는 행정 전문가다. 2인자인 장상윤 차관은 국무조정실 출신이다. 이상원 전 차관보와 8일 그의 후임으로 온 나주범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교육부 서열 1∼3위가 교육행정 경험이 없다. 결국 초보운전자들에게 백년지대계인 국가 교육 정책의 키를 맡긴 셈이다. 그 초보운전자가 과속까지 했으니 대형사고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그럼 전임 장관은 교육 전문가였냐고 되물을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5일 박 전 부총리 부실 검증 논란에 대해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 보라.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있었나”라고 반문한 바 있다. 그래서 비교해본다.

유은혜 전 부총리도 취임 당시 6년 넘는 교육위원회 경력밖에 없어 전문성 논란이 일었고, 사퇴 공세에도 시달렸다. 그러나 역대 최장수 교육부 장관으로 새 정부 출범 전날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가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와 학교, 교사,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이념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부처를 4년간 이끈 점에서 소통 능력과 정무 감각만큼은 인정받을 만하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위원장도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은 유·초등 교육 사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차원에서 교육 정책을 발표하기 전 교원단체 의견을 수렴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나와도 8번을 만났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이런 소통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며 한 말이다.

전문성도, 소통 능력과 정무 감각도 없는 수장이 대형사고를 칠 동안 수년간 교육정책을 입안·실행해오면서 이런 핵폭탄급 정책의 파장을 알고도 남았을 교육부 관료들은 뭘 하고 있었나. 학제 개편안이 과거에도 수차례 추진되다 조기 취학 문제와 교육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좌초한 사실 역시 잘 알면서 말이다. 인사를 앞두고 몸을 사린 것이든, 내부 세력 다툼을 한 것이든 교육부 관료들도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와중에 여권 핵심 인사의 측근들이 정부 부처 요직에 자리 잡는 걸 보면 아직도 정상적인 사고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만 5세 취학 논란이 한창이며 대통령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지던 상황에 권성동 원내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권통일씨와 선임보좌관 출신인 서상조씨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각각 임명됐다. 두 사람 모두 교육과 고용 관련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100일도 안 돼 세 번째 교육부 수장을 찾느라 바쁘겠지만, 이런 전조들을 외면하는 과오는 반복하지 않기 바랄 뿐이다.


김수미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