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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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옥죄던 그물망 인간에 부메랑 되다 [밀착취재]

전국 침적 쓰레기 11만t… 환경오염에 어민 생업도 위태

오늘날 우리 주위의 쓰레기 문제는 보통을 넘어서 심각한 수준이다. 그중 해양 쓰레기는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해양쓰레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해안에 떠밀려 쌓인 해안쓰레기, 바다에 떠다니는 부유쓰레기 그리고 바닷속에 쌓인 침적쓰레기다. 침적쓰레기는 바다 깊이 가라앉아 있다 보니 다른 쓰레기에 비해 육안으로 확인이 쉽지 않고, 많은 인력과 예산도 필요해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양 오염에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남애항 선착장에서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침적쓰레기를 내리고 있다.

이른 아침 강원도 양양군 남애항 인근에서 다이버 숍을 운영하는 지역 잠수사들이 산소통을 메고 분주히 움직인다. 잠수부들을 태운 배는 항구를 출발해 1.5km 떨어진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해양캠프 서일민 트레이너가 배 위에서 잠수부들을 향해 설명을 한다. “여기 수심은 30m 암초지대라 폐어구가 많이 있을 거 같은 지역입니다. 폐어구를 발견하면 끈 단단히 고정하시고 부표 달고 나오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잠수사들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잠시 뒤 수면 위로 부표들이 떠오른다. 임무를 마친 잠수사들이 하나둘 배 위로 올라온다. 침적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조업을 중단한 양양군 지역 내 통발어선 24척이 부표를 찾아 움직인다. 오늘은 물고기 통발 대신 폐어구를 들어 올리는 날이다. 수거된 폐어구에는 대구 치어와 조개, 소라, 썩은 멍게들이 가득했다.

전국 바다 곳곳에 쌓인 침적쓰레기양은 11만t에 이른다. 매년 5만t이 유입된다. 하지만 수거량은 3만t에 불과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어업인들의 조업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267건의 선박사고 가운데 15%가 어망이 선박 추진기에 감겨 발생한 사고였다.

침적쓰레기 수거를 위해 모인 잠수사들이 배를 타고 양양군 남애항을 나서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남애항 인근에서 다이버 숍을 운영하는 지역 잠수사들이 수심 30m에서 폐어구를 찾고 있다.

또한 침적쓰레기는 선박사고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어망을 훼손시키고 그물에 딸려 올라와 어획물과 섞여 조업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물고기가 침적쓰레기에 걸려 죽는 유령어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액도 연간 3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 460억원을 투입해 침적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어업인이 조업하는 어장에 대한 수거 확대가 필요한 실정이다. 연근해어장의 침적쓰레기를 수거하려면 조업을 일시에 중단해야 하고 어구 이동도 필요하기 때문에 조업 어장까지 수거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업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통발어선 선원들이 직접 수거한 폐어구를 양양군 남애항 선착장으로 옮기고 있다.
수거된 폐어구에는 대구 치어와 조개, 소라, 썩은 멍게들이 가득하다.

수협은 ‘희망의 바다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어업인들의 자율적인 참여하에 시범사업인 침적쓰레기 수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침적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하려면 바닷속 사정을 잘 아는 어업인이 참여해야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수협 자체 예산만으로 엄청난 양의 바닷속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통해 시범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양=글·사진 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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