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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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대만 침공’ 美가 막아내지만 각국 큰 타격”

CSIS, 2026년 설정 워게임

총 22차례 중 18차례 진행결과
美 전투기는 900대 이상 잃어
中 상륙함 등 150척 침몰당해
中 “필요 땐 무력 통일” 백서 발간

“중국은 대만 침공 3주 만에 미국 항공모함 2척을 격침하고 일본과 괌의 미군 기지를 공격해 전투기 수백대를 격파했다. 중국은 타이완섬에 상륙해 남부지역을 장악했지만 상륙 함대는 미·일의 무자비한 미사일과 잠수함 공격에 전멸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실시한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War Game·가상 전쟁실험) 시나리오 일부다.

지난 9일 대만 남부 핑둥현에서 대만군이 실탄 사격훈련에서 155mm 포를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CSIS가 전직 미국 국방부 당국자와 군사안보 전문가 등이 실시한 워게임 진행 상황을 전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대만포위 군사훈련에 나서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워게임 시나리오에서는 대만의 경제가 초토화되고 미·중 모두 중대한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게임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점을 2026년으로 설정하고 미국과 일본이 대만을 지원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청팀(미국과 대만 등 연합군)과 적팀(중국군)으로 진영을 나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적용하고, 주사위를 활용해 무작위 요소를 더했다.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설정했다.

 

워게임에서는 중국 미사일이 미·일 함대 상당수를 침몰시키고 지상계류 항공기 수백대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중국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4주 동안 전투기와 공격기 900대 이상을 잃었다. 이후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 반격으로 중국의 상륙함과 수상함 150척을 침몰시킨다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 8일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 소속의 해군 구축함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중국군 동부전구 사령부 제공

현재까지 시나리오에서는 중국 침공에도 수도 타이베이(臺北) 방어를 포함해 대만이 중국군을 성공적으로 막는 것으로 나왔다. 마크 캔시언 CSIS 선임 고문은 “전부는 아니어도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대만은 (중국의) 침공을 격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만 인프라와 경제, 태평양 주둔 미군이 치러야 할 비용은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도 전쟁 이후 미군 재건에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전망됐다.

 

22차례로 예정된 워게임은 현재 18차례 진행됐다. CSIS는 남은 4차례의 워게임에서는 보다 비관적인 상황을 가정할 계획이다. 중국군이 대만 전체를 장악하고, 미군 지원이 늦어지고, 일본이 엄격하게 중립을 지키는 등의 상황이 전제된다. 워게임 최종 결과는 12월에 대중에 공개된다.

 

한편 중국은 국무원 대만판공실과 신문판공실이 10일 발간한 ‘대만 문제와 신시대 중국 통일사업 백서’를 통해 대만과의 통일 과정에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백서에서 “우리는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고 약속하지 않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한다는 옵션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대만 관련 백서를 발간한 것은 2000년 2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문제’이래 20년 만이자, 세 번째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NBC, MSNBC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대만에 대한 중국압박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겁먹은 불량배(scared bully)처럼 행동한다”고 직격했다. 대만 방문에 대해서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 순방 이후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베이징=박영준·이귀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