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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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보다 튼실한 인물이 있나요”… 지역·연령 떠나 ‘국바세’ 가입 행렬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이준석 지지하는 ‘국바세’ 당원들, ‘국힘 정상화’ 요구

“경기도 평택의 책임당원입니다. 이준석 대표를 1년 전에 보고 보수로 전향했습니다.”

당원 등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공식 온라인 커뮤니티 개설 당일인 지난 6일 첫번째로 올라온 가입인사에는 이렇게 적혔다. 이 글에는 이후 ‘잘 부탁드린다’는 다른 회원의 댓글도 달렸으며, 대전에 거주한다거나 50대 여성이라고 밝히는 등 지역과 나이가 다른 당원의 인사 글에도 ‘같이 잘 지냅시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 국바세는 지난 9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자동 해임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지지자들이 모여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활동 현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해온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은 “한 인물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으로 모인 것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주최 대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호남도 나이도 가리지 않는 ‘국바세’ 가입 행렬…“이준석보다 튼실한 인물이 있나요”

국바세 회원들의 글을 살펴보면 저마다 전개 방식은 다르지만, ‘국민의힘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경북 포항 시민이자 ‘찐(眞) 보수’라고 소개한 A씨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는) 이준석이 다 한 거 같은데 뒤에 숨어있던 비겁자들끼리 뭉쳐서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 지키기에 동참하겠다”고 가입인사를 적었다.

충남 공주에 산다는 B씨는 “정치는 국민에 봉사하는 것”이라며 “기득권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우크라이나 방문 등을 놓고 이 대표와 대립한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비판하는 글도 남겼는데, 정 부의장의 지역구는 충남 공주·부여·청양군이다.

호남 당원들의 참여도 왕성해 보인다.

광주광역시에 산다는 40대 후반 권리당원은 “이 대표는 살아남아야 하는 보수의 유산”이라고 강조했고, 광주시민이라는 한 책임당원도 “호남에서 작은 소리로나마 이 대표, 나아가 국민의힘이 올바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보태겠다”고 글을 올렸다.

70대 책임당원 ‘할미(할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C씨는 지난 7일 게재 후 커뮤니티에서 추천 글로 지정한 게시물에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한 분노 등을 담았다. 그는 “10년 전 이 대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어쩌면 저렇게 생각이 현명하고 반듯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지막지한 사람들이 대표를 쫓아내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20년차 당원이라고 소개한 D(63)씨는 “내실로 따지면 국민의힘에서 이준석보다 더 튼실한 인물이 있느냐”며 “이준석은 거칠지언정, 거짓을 말하고 입에 발린 말을 하고 앞에서 웃고 뒤에서 공작질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의도를 겨냥해 ‘양두구육’이라 했던 이 전 대표의 SNS 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D씨는 또 “50·60세대 중에서 이준석의 그런 점을 높이 사는 이들이 많다”며 “젊은 분들도 그런 점을 직접 목도하시고 더욱 힘을 얻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2021년 6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여 만에 소환된 당 대표 수락 연설문…“여러분은 저를 만들어주셨다”

한 회원이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커뮤니티에서 ‘소환’한 지난해 6월 당 대표 수락 연설은 “여러분은 저를 당 대표로 만들어주셨다”로 시작한다. 이 대표는 당시 전당대회 경쟁자 나경원·조경태·주호영·홍문표 후보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우리가 지금부터 만들어 나가는 역사 속에 여러분의 지분이 있다”고 밝혔었다.

당시 ‘공존’을 강조한 이 대표는 다양한 사람이 고유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미국에서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고 부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비빔밥’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그간 자신을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과 난무한 가짜 뉴스와 관련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면서 “인사는 공정할 것이며 모든 사람이 새로운 역사에 초대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도 했다.

이 전 대표의 당시 수락 연설 하이라이트는 가수 임재범의 ‘너를 위해’ 가사에서 따온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이라는 표현이었다. 당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변화가 누군가에게 불안하고 혹은 전쟁과 같은 치열함으로 비치겠지만, 이러한 변화로 국민의힘은 승리할 거라는 확고한 신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