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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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中 사드 3不에 ‘1限’까지 요구, 주권침해 멈춰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외에 사드 3불(不) 1한(限) 정책을 서약했다”고 주장했다.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에 제한을 둔다는 의미로, 중국 정부가 이를 한국의 대외 약속으로 규정한 건 처음이다. 전날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사드 3불은 국가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힌 다음 날 외려 3불보다 더 나아간 1한까지 지키라고 요구를 하니 어이가 없다.

3불 1한이 처음 알려진 건 2017년 11월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를 통해서다. 그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전 한국 정부가 사드 3불을 언급하자 환구시보는 “왕이 외교부장이 한·중 회담에서 한국의 3불 1한 입장 표명을 언급했다”면서 “한국이 3불 1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한·중 관계가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중국은 문재인정부에 사드 레이더의 중국 방향 감시 기능을 막도록 요청하는 등 사드 성능에 제한을 둘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후 공식적으론 1한을 지키라고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갑자기 1한을 공식적으로 꺼내들었다. 윤석열정부에 ‘사드 문제를 양보할 뜻이 없다’는 공개적인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사드 배치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군사적 선택이었다. 한 나라의 안보주권에 관한 사항인 것이다. 국가 간 공식 합의나 약속도 아니었다. 문재인정부의 입장 표명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억지를 부리는 건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미·중 갈등이 날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드를 빌미로 ‘미국 편에 서지 말라’고 압박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어제 “사드는 안보주권 사항으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이달 말 성주 사드 기지 정상화 방침을 밝힌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중국 측이 문재인정부에 1한을 요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지난 4월 “정부가 중국의 1한 요구를 들어주려 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2017년 11월 “(중국이) 1한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3불 1한을 공식화하는 것을 보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