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목적에 대해 미 고위급 관료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초기에는 반대했지만 현재 반대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펠로시 역시 ‘하나의 중국’ 정책을 깨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답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초기에 반대한 이유는 불필요한 중국과의 마찰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방문은 중국에 대만 침략을 위한 실질적 군사훈련 기회를 부여했다. 대만을 포위 및 봉쇄하여 미군 접근을 막고 경제적 제재를 가해 대만을 수복하는 예행연습인 셈이다. 중국이 이러한 조치를 하고 있을 때, 미국 항공모함은 주위를 떠돌며 아무런 군사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반적 분위기는 매우 강경하다. 미 의회에서는 대만정책법안이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는 대만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대만 안보를 위해 향후 4년간 35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미 의회가 이렇게 강경한 이유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국내 물가 상승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며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공화당에 빼앗기게 생겼다.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중국 이슈는 유용한 카드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민주당의 대중국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강경으로 선회하였다. 소위 ‘우한 바이러스’로 미국인 대부분이 반중국 정서를 가지게 된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은 초당적으로 중국을 악마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 역시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미·중 양국의 경쟁이 점점 첨예해지는 와중에 한국의 외교적 입장이 더욱 중요해진다. 얼마 전 중국 칭다오에서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중국은 한국에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하였다. 미국 편에서 중국을 견제하지 말라는 것,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을 준수하라는 것, 안정적 공급망을 수호하라는 것, 대만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다자주의를 견지하라는 것 등이다.
한·중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중요시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상호주의에 기반해야 한다. 양국이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사활적 국익과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익에 대한 일관된 입장 표명만이 오해를 불식할 수 있다. 먼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서에 한국의 외교안보전략 방향성을 분명히 적시해야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다른 한국의 국익을 담아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 협의에 나서야 한다. 두 번째로, 대만 문제는 한국의 사활적 이익이 아니다. 오히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 제공 증가로 한반도 안보가 우려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사드와 관련해 한국의 안보 이익을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 중국은 사드 체계의 X-밴드 레이더망이 중국을 탐지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으나, 중국 역시 동북 3성과 산둥성에 한국을 탐지하는 레이더를 설치해놓은 상태다. 더 이상 중국의 사드 철회 이유는 타당하지 않다.
현재 한국은 중국 안보를 걱정해줄 상황이 아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체계가 개발되어 실전 배치되고 있으며 이에 촘촘한 미사일 방어막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미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모두 동원하여 사각고도의 방어막까지 새로이 구축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핵탄두 역시 점점 소형화되고 있으며 저위력 전술 핵탄두를 이용하여 한국을 실질적으로 타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것이라는 보장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한국의 사활적 국익에 기반하여 일관된 대중국 외교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