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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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앞세운 벤투號 ‘역대 최강’… 16강을 ‘빌드업’ 하라

H조는 지금

대한민국
첫 상대 우루과이 이어 가나·포르투갈
토너먼트 진출 땐 브라질 등 G조 만나
“韓 대표팀 우승확률 32개국 중 20번째”

‘전성기’ 손흥민 비롯 황희찬·김민재 등
공격부터 수비까지 대부분 유럽 빅리거
4년간 동일 전술·포메이션 손발 맞춰와

최후방→최전방까지 볼 연결·공격 전략
강한 압박 탓 볼 배급 불안 땐 무용지물
위기 유연하게 대처할 플랜B 마련 시급

우루과이
공격진 중심에 카바니와 누녜스
히메네스·아라우호 등 수비 탄탄

가나
주전 노쇠화로 ‘최약’ 평 받기도
윌리엄스 등 합류… 팀워크 관건

포르투갈
공격 자원 쟁쟁한데 역량 못 살려
호날두, 이적 요청 탓 입지 축소도
손흥민(왼쪽), 김민재
4월 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 추첨에서 한국은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함께 H조로 편성됐다. 당시 조 추첨 결과를 두고 “타 조와 비교해볼 때 그나마 해볼 만한 팀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 추첨 시점 기준으로 네 팀 모두 약간의 부침과 함께 약점 또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늘 변화하는 법이다. 조 추첨 이후 무려 4개월여 시간 동안 네 팀도 모두 달라졌다. 당초 11월21일 개막 예정이었던 카타르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12일 개막일을 11월20일로 하루 앞당기겠다고 발표해 순식간에 남은 기간이 100일 안쪽으로 들어왔다. 월드컵 본선을 불과 99일 남긴 현시점에서 H조 각 팀의 현재 모습을 진단했다.

 

한국축구는 아시아 무대에서는 호랑이로 군림하지만 월드컵에서는 늘 약체로 분류된다. 축구통계 전문 디애널리스트가 지난 6월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대표팀 우승 확률을 0.35%로 전망했다. 이는 32개 참가국 중 20번째 수준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H조에 속한 우리 대표팀(FIFA랭킹 28위)은 차례로 우루과이(13위·11월24일 오후 10시), 가나(60위·28일 오후 10시), 포르투갈(9위·12월3일 오전 0시)과 만난다. 이들 중 만만한 팀은 단 한 곳도 없다. 대표팀이 필승 상대로 보고 있는 가나는 우리 대표팀을 1승 제물로 여기는 상황이다.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넘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경우 G조에서 경쟁을 뚫고 올라온 팀과 만나게 된다. G조에는 브라질(1위)과 세르비아(25), 스위스(16위), 카메룬(38위)이 속해 있다. 첩첩산중이란 뜻이다.

그렇다고 넘지 못할 산은 없다. 2002년 꿈같이 4강 진출을 이뤘던 것처럼, 지난 월드컵에서 강호 독일을 격파했던 것처럼, 이번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은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가장 강력한 멤버’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월드컵과 달리 정예 멤버 대부분이 유럽리그 출신으로 꾸려질 수 있어서다. 손흥민(30·토트넘)과 황희찬(26·울버햄프턴), 이재성(30·마인츠),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 김민재(26·나폴리) 등 공격부터 수비까지 빅리그 소속 선수들로 채울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팀 체제와 전술 일관성을 강조한 벤투 감독 축구 철학에 따라 4년여 동안 비슷한 대표팀 멤버가 동일한 전술과 포메이션으로 손발을 맞춰온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과 이탈리아 세리에A 주전 센터백으로 뛰는 선수를 갖고 월드컵에 나가 본 적이 없을 만큼 좋은 멤버로 대표팀이 구성됐다”며 “베스트 11 역시 오래전부터 사실상 정해지면서 선수 개개인이 전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대표팀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손흥민을 필두로 한 공격력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지금이 절정”이라며 “같은 조에 속한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우루과이 수아레스, 에딘손 카바니는 모두 전성기가 지났고, 가나 대표팀에 합류한 이냐키 윌리엄스는 손흥민과 비교할 수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어떤 팀도 우리 대표팀을 만날 때 손흥민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상대는 두 명이 달려들 것이고, 손흥민 존재 때문에 상대가 라인을 끌어올리기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운도 따랐다. 예정된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알 라이얀에 있는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르기 때문이다. 구장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대표팀은 이동에 대한 체력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조별리그 기간 동안 숙소나 훈련장소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이점을 얻게 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엠블럼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남은 기간 동안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최후방에서 소유한 볼을 최전방까지 연결해 공격을 전개하는 빌드업 축구를 펼친다. 하지만 상대 압박이 강력해 볼 배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2022 EAFE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대표팀은 전방압박을 구사하는 일본에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0-3 완패를 당했다. 당시 대표팀이 정예 멤버가 이니라고 하지만 일본 역시 J리거 중심으로 꾸려진 팀이었다.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만날 상대 중 약팀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잘할 수 있는 것이 통하지 않았을 때 재빠르게 허를 찌를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지 않으면 지난 일본전처럼 무기력하게 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위원은 “골키퍼 김승규(32·알 샤밥)와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33·알 사드)을 거치는 최후방 빌드업에 있어 볼 간수와 탈압박이 불안해 보인다”며 “상대팀들도 이 지점을 노리고 압박이 들어올 것이 분명한 만큼 본선에서 이를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미드필더와 풀백 움직임도 상대 압박 상황에서 중요하다”며 “벤투 감독 전술과 용병술이 월드컵 본선에서 유연하고 실속있는 방향으로 그때그때 잘 작동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근 5경기 무실점… 그물망 수비 강점

 

한국의 첫 경기 상대인 우루과이는 본선을 100일 안쪽으로 남겨놓은 현시점에서 H조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는 팀이다. 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 다소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지만 예선 중반 부임한 디에고 알론소 감독 체제가 이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최근 펼친 3번 친선경기 결과도 인상적이다. 북중미 최강자인 멕시코에 3-0 완승을 거뒀고, 파나마에도 5-0 대승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과 0-0 무승부 포함 3경기 모두 무실점으로 월드컵 예선 막바지 두번의 무실점 경기를 포함해 무려 5경기째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우루과이는 전통적으로 남미에서 가장 실리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으로 꼽혀왔다. 호세 히메네스(27·AT 마드리드), 루이스 아라우호(23 ·FC바르셀로나) 등 세계적인 수비수들이 이끄는 수비라인이 월드컵 본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본래의 탄탄한 모습을 되찾는 모양새다.

에딘손 카바니(왼쪽), 다르윈 누녜스

공격진은 오랫동안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루이스 수아레스(35 ·나시오날)가 노쇠화로 주춤한 가운데 또 다른 베테랑 에딘손 카바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여전히 굳건히 지키고 있다. 카바니는 멕시코전에서 멀티골, 파나마전에서도 멀티골 등 최근 3번 평가전에서 무려 4골을 터뜨리고 있는 중이다. 다만, 카바니도 나이가 35세에 달하는 노장인 데다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입지도 불투명해 11월 최상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신 ‘신성’ 다르윈 누녜스(23)가 급격히 떠오르는 중이다. 2021~2022시즌 포르투갈리그를 폭격한 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에 7500만유로(약 1000억원)라는 거액 이적료로 합류한 누녜스는 풀럼과 EPL 데뷔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월드컵 본선이 한창 유럽리그 시즌이 진행되는 중 열릴 예정이라 11월에는 누녜스가 우루과이 공격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서도 187㎝의 큰 키에 빠른 스피드, 활동량까지 갖춘 누녜스의 활약상을 지속해서 체크해야만 하게 됐다.

◆귀화선수들 속속 국적 전환… 전력 ‘업’

 

가나는 아프리카축구 전통 강호지만 이번 2022 카타르월드컵만큼은 전망이 어두웠다. 32개국 중 최약체로 분류하는 평가도 존재했을 정도. 지역예선에서 주전 노쇠화가 드러나며 힘겨운 경기들을 이어간 영향이다. 다만, 최종예선에서 나이지리아를 예상을 뒤엎고 꺾으며 본선에 진출해 저력만큼은 확실히 보여줬다. 본선 진출 이후 치른 경기들에서도 좋지 못한 모습을 지속해서 노출하는 중이다. 지난 6월 초 치른 202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에서 약체 마다가스카르를 3-0으로 꺾었을 뿐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네이션스컵 예선과 일본에서 치른 기린컵 2경기 등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기린컵 일본전 1-4 대패를 포함해 최근 4경기 1승2무1패 부진이다. 여전히 공격력은 빈약하고, 수비는 불확실하다.

토마스 파티(왼쪽), 이냐키 윌리엄스

다만, 가나는 히든카드를 숨기고 있다. 바로 가나 혈통을 가진 이중국적 선수들의 귀화. 조추첨 이후 공격수 이냐키 윌리엄스(28·빌바오), 란스포드-예보아 쾨닉스되르퍼(21·함부르크), 중앙 수비수 모하메드 살리수(23·사우샘프턴), 슈테판 암브로시우스(24·함부르크), 파트리크 파이퍼(23·다름슈타트), 측면 수비수 타릭 램프티(22·브라이턴) 등이 가나로 국적 전환을 마쳤다. 본선에서 충분히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될 만한 선수들로 이들에 기존 주력인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29·아스널), 모하메드 쿠두스(22·아약스), 공격수 안드레 아예우(33·알 사드), 조던 아예우(31·크리스털 팰리스) 등을 합치면 조 추첨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팀이 탄생한다. 관건은 귀화선수들이 얼마나 빠르게 가나 대표팀에 녹아들 수 있는가다. 본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해온 이들이 가나 대표팀에서 팀워크를 성공적으로 맞추지 못할 경우 오히려 전력이 더 후퇴할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기에 한국으로서는 오는 9월 A매치 기간 동안 열릴 가나의 평가전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세계적 스타 즐비… 경기력은 들쑥날쑥

 

포르투갈은 유럽축구팬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스타들이 즐비한 팀이다. 특히, 세계적인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공격형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28·맨체스터시티), 브루누 페르난데스(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곤잘루 게데스(26·울버햄프턴), 공격수 주앙 펠릭스(23·AT 마드리드) 등 공격자원 이름값이 쟁쟁하다. 다만, 페루난두 산투스 감독이 위험요소로 꼽혔다. 지나치게 수비적인 전술로 팀의 공격적 역량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는 것. 조 추첨 당시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등 우승 경쟁팀들과 달리 포르투갈이 ‘불안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이 불안감은 본선 개막이 100일 안쪽으로 돌입한 현재도 100% 해소되지 않았다. 산투스 감독이 터키, 북마케도니아와 치른 월드컵 유럽지역예선 플레이오프를 기점으로 전술을 한층 더 공격적으로 바꾸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경기력이 들쑥날쑥하다. 지난 6월 치른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 4경기에서 스위스, 체코와 치른 홈경기는 각각 4-0, 2-0으로 시원한 승리를 거뒀지만, 스페인과 원정 라이벌전은 1-1로 비겼고, 스위스 원정에서는 0-1로 충격 패했다. 경기마다 기복이 극심했던 월드컵 지역예선 때 문제가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 브루누 페르난데스

여기에 중대 변수까지 발생했다. 에이스 호날두가 유럽축구 여름 이적시장 동안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적을 요청하며 갈등을 빚은 영향 속 팀 내 입지가 급격히 축소된 것. 당장 지난 6일 열린 브라이턴과 EPL 개막전에서 선발에 밀린 데다 후반 교체 투입돼서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의 구심점인 호날두가 소속팀에서 내홍을 거듭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본선 경기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필재·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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