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기둥에 차량이 부딪친 사고를 두고 차주와 인천공항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주차장 바닥에 고여 있던 물웅덩이 탓에 피해를 봤다는 차주의 주장에 맞서 공항 측은 ‘과속 운전 탓’이라며 보상을 요구한 상태다. 이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가운데 차주 측은 법정 공방까지 준비 중이다.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제1터미널 지하 3층 주차장에서 BMW 차량이 기둥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후 공항 측은 난폭 운전으로 시설물이 훼손됐다고 보고 운전자에게 배상을 요구했다. 차량 운전자인 40대 김모씨는 주차장 바닥에 물이 고여 있어 난 사고라고 반박하면서 인천공항 측이 입장을 바꾼 채 연락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제공한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지하 주차장에서 우회전하던 와중 그는 “어,어!”라며 당황스러워하더니 ‘퍽’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사고 현장에 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면서 출구 방향으로 서행하며 우회전을 하던 중 갑자기 차량이 미끄러지더니 뒤편의 왼쪽 부분이 기둥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사고 전날 비가 내렸는데, 공항 측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김씨 주장이다.
그는 “사고 현장을 목격했던 안내요원 등이 자기들끼리 ‘이쪽 자리에만 물이 자주 고인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시설 관계자가 사고 현장에 오더니 ‘기둥을 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공항 측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판단한 김씨는 당시 청소차가 바닥에 고여 있던 물을 닦아냈다며 당시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도 전했다.
그는 “담당자에게 ‘이게 사고의 원인이라 생각하는데 갑자기 왜 닦느냐. 보험사가 오기 전까지 현장 상황을 보전해달라’ 했더니 ‘알겠다’고 답한 후 보험사 도착 전에 바닥을 모두 닦아버렸다”고 전했다.
김씨는 당시 차량 보험 담당자가 도착한 뒤 일단 고장 난 차를 끌고 귀가했다고 한다. 이틀 후 보험사는 ‘자차 보험으로 수리할 것인지, 공항 측의 배상책임 보험으로 처리할 것인지’ 따지기 위해 인천공항 측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담당자 지정이 안 됐다는 이유로 연결이 안 된다는 안내만 들었다고 한다.
며칠을 또 기다린 김씨는 공항 측에 직접 여러번 연락을 한 뒤에야 연결된 관계자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운전자 과실로 판단돼 보상 처리가 안 된다”며 “담당자가 아니라 정확한 내용은 확인해주지 못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김씨는 “당시 무슨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느냐고 물으니 ‘유관부서끼리 모여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봤다’고 하는데, 제게 블랙박스 영상 요청조차 없었다”며 “어이없어 담당자를 바꿔달라 하니 ‘외주 소속이라 모른다’라 말하며 전화를 계속 돌렸다”고 전했다.
우선 자차 보험으로 차량 수리를 했다는 김씨는 “수리비가 800여만원이 들었는데, 아직도 ‘담당자 배정이 안 됐다’며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공항 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보험사끼리 잘잘못을 가린 뒤 제게 책임이 있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끝났을 텐데 아무런 근거 없이 저를 계속 ‘과속 운전자’로 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공항 관계자는 “사고 차량 운전자는 계속 서행했다고 주장하는데 저희 측에서 확인한 결과 과속·난폭 운전에다 다른 지점에서 역주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기둥이 망가져 정밀 조사와 페인트 도장 등의 비용이 발생해 200만원 보상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큰 차량이 물웅덩이에 미끄러져 넘어졌다는 게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공항 시설물 안전 규정상 몇십년이 넘어도 튼튼하도록 설계되는데 기둥이 훼손될 정도라면 그만큼 속도를 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블랙박스 영상은 신뢰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항 측에서 확인한 영상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했다.
아울러 “담당 부서가 명확지 않아 안내가 지연된 점은 죄송하지만, 난폭 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공항의 보험 업무로 다뤄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 측은 이 같은 인천공항 측 입장에 “주차장 길이 일방통행인데 어떻게 역주행을 하겠느냐”며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 측 보험사는 “김씨 차량은 후륜구동으로 빗길 등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블랙박스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물이 다른 데는 없었고, 결국 미끄러져서 부딪힌 거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주행도 빨라 보이지 않아 난폭 운전은 해당 사항이 없어 보인다”며 “공항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