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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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에 부담 느꼈나… 尹, 정치인 사면 포기하고 ‘민생’ 방점

‘광복절 특사’ 이재용·신동빈 복권
尹대통령 “민생·경제회복 중점”
MB·김경수 등 정치인은 제외

“국가적 위기 극복 절실한 상황 고려
경제인에 경제발전 동참기회 부여”
서민 생계형 형사범 등 대거 사면
운전면허 취소 등 59만명 특별감면
음주운전·사망사고는 대상서 제외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가석방

윤석열정부의 첫 특별사면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춘 특별사면 기조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정치인은 제외됐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정부는 광복절을 맞아 서민생계형 형사범·주요 경제인·노사관계자·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을 15일 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한다고 12일 밝혔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단행한 첫 특사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주요 경제인 4명을 사면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던 지난해 광복절 가석방됐다. 그러나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는 등 경영활동의 제약을 받아왔다. 생계형 민생사범과 노동 사범들도 첫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운전면허 취소나, 자가용 화물차 운송업, 여객 운송업, 공인중개업, 생계형 어업인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59만3509명이 특별 감면 조치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8·15 광복절 77주년 대통령 특별사면안 의결을 위해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사면 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넓게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이번 특별사면으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로 어려운 서민들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해 서민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기회와 희망을 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경제 살리기 ‘핀셋 특사’… 낮은 지지율 부담에 정치인 ‘0명’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시행한 첫 특별사면에서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찍었다. 당초 정치인을 포함한 폭넓은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지만,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정치인 사면에 따른 부정적 여론 악화를 우려해 기조를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8·15 광복절 특별사면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면의 의미로 ‘경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서민생계형 형사범과 주요 기업인 등 민생과 경제 부문에 집중하면서 사회적 갈등 유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사면복권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이미 신체적 구속에서 풀려나는 등 상황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집권하게 되면 초기에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정치적 통합 차원에서 야권 인사인 김경수 전 지사도 사면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8월 첫 주 휴가를 보내는 동안 내부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사면에 반대하는 여론이 상당한 데다 민생 사범과 달리 정치인 사면은 윤 대통령이 그간 강조한 법과 원칙 기조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뿐 아니라 최경환·전병헌 전 의원,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 다른 정치인들도 사면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되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특사) 대상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특별사면 대상자 1693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특사 브리핑에서 “국가적 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을 고려해 주요 경제인에게 경제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줘 (사면)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며 “정치인과 공직자를 사면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국민 민생경제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면에는 ‘특별배려 수형자’ 11명도 포함됐다. 중증환자(형집행정지자) 2명과 장애 수형자 1명, 생계형 절도사범 7명, 유아 대동 수형자 1명이다. 법무부는 “생계형 절도사범의 경우 생활고로 식품·의류 등 생필품을 훔치다가 적발됐고 절취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모범 수형자”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모범수 649명을 가석방해 조기 사회복귀를 도모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특사에서 각종 행정제재 감면 조치도 이뤄진다. 입찰제한 처분 등을 받은 건설분야 807명, 운행정지 조치를 받은 자가용 화물차·여행운송업 4명, 업무정지를 받은 공인중개업 92명이 대상이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청도 광복절을 맞아 운전면허 행정처분 특별감면을 시행한다. 감면 대상은 교통법규 위반 및 교통사고로 인한 운전면허 벌점 보유자, 운전면허 정지·취소처분 절차 진행자, 운전면허시험 결격 기간 중인 자로 총 59만237명이다.

 

다만 음주운전의 경우 1회 위반이라 해도 특별감면 대상에서 제외했고, 교통사고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도 피해 심각성과 예방 차원에서 배제했다. 적용 기간은 2021년 11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다. 이 기간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로 운전면허 벌점을 받은 51만7739명은 부과된 벌점이 삭제된다.


박미영·이현미·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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