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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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투자 늘리는 한국기업들… 美 공급망 재편 영향?

보조금 앞세워 자국내 생산 유도… 불가피한 선택 관측도

LG화학, ADM과 공장설립 계약
삼성SDI, 보스턴에 SDIRA 설립
현대차그룹 105억달러 투자계획
삼성전자,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
SK하이닉스, 패키징 제조시설 건립

우리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거대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투자가 필요한 측면도 있고, 현지 당국의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도 고려 사항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국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데다 보조금 등을 앞세워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화학은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 R&D 캠퍼스에서 세계 4대 곡물 가공 기업인 미국 ADM(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과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공장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식물 기반 제품과 바이오 플라스틱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개의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먼저 원재료인 LA(Lactic Acid·젖산) 생산법인 ‘그린와이즈 락틱’은 ADM의 발효 기술력을 활용해 연산 15만t 규모의 옥수수 기반 고순도 젖산을 생산한다. 또 LG화학의 바이오 플라스틱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립되는 ‘LG화학 일리노이 바이오켐’은 그린와이즈 락틱의 젖산으로 연간 7만5000t 규모의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500㎖ 친환경 생수병 약 25억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생산 시설은 미국 일리노이주 디케이터에 들어서며 양사 이사회 심의를 거쳐 2023년 착공,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된다.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통합 생산 가능한 PLA(Poly Lactic Acid, 폴리젖산)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은 LG화학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미국 보스턴에 ‘SDI R&D 아메리카’(이하 SDIRA)를 설립했다고 이날 밝혔다. 삼성SDI는 앞서 지난달 1일 독일 뮌헨에 ‘SDI R&D 유럽’(이하 SDIRE)을 설립한 바 있다.

삼성SDI가 해외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은 지역별로 특화된 배터리 신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SDIRA는 리튬이온 배터리 혁신 기술과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이 활발한 우수 대학 및 스타트업과 협력할 계획이다. SDIRE는 배터리 공정과 설비 연구개발에 강점이 있는 우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 함께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외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데 55억달러,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억달러 등 총 105억달러의 투자계획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방한 때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와 함께 미국 기업들과 로보틱스, 도심항공,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텍사스주에 향후 20년 동안 1921억달러를 투입해 11개의 생산공장을 새로 짓겠다는 장기 투자방안을 제출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을 짓기로 했다.

우리 기업들이 이처럼 미국 투자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산업 육성 법안’을 통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막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통해 배터리 시장에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이익을 주는 정책을 확대해 나감에 따라 기업들이 미국 시장 맞춤형 투자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최근 추진하는 법안들의 세부 내용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상규·백소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