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에 들어간 새 정부의 첫 검찰총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새 수장이 향후 수사의 방향타를 쥐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 안팎에서는 대기업을 비롯한 정치권에 대한 사정수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국면전환용 수사를 전망하기도 한다.
새 검찰총장은 수사에 더해 최근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로 악화일로인 경찰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지난 2년가량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정치권의 찬반 여론 등으로 인해 복잡하게 꼬여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결국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손발을 가장 잘 맞출 수 있는 인물이 새 검찰총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사’와 ‘기획’이라는 두 가지 덕목이 검찰총장에게 요구된다.
◆누가 돼도 특수통, 각기 강점 내세우는 후보자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사정수사에 최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환섭(54·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과 김후곤(57·25기) 서울고검장, 이두봉(58·25기) 대전고검장, 이원석(53·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모두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검찰 안팎에서 수사력을 인정받아 온 인사들이다.
여 원장은 집요한 수사로 검찰 내 독사로 불리는, 수사력을 인정받는 인물이다.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등을 거친 여 원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사건에서부터 삼성 비자금 특검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특수 수사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수사의 성과에 대해 평가가 나뉘긴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수사단장으로 관련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수원지검 특수부장을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친 김 고검장의 경우 국가철도공단의 대규모 비리인 철피아 사건을 수사해 조현룡·송광호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2017년에는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으로 전국의 특수사건을 관리했다. 또 서울북부지검장 시절에는 운동권의 대부로 알려진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의 납품 알선 혐의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특히 그는 수사력뿐만 아니라 기획력에서도 검찰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검 대변인을 거치며 언론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는 등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기획력을 보여줘 검찰 내 신임도가 높다.
엄정 수사로 유명한 이 고검장은 2005년 대검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하며 중수부에 파견돼 이듬해 외환은행 매각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2017년에는 미니 중수부로 평가받던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았으며, 이전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거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대전지검장으로 부임한 직후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맡았다.
검찰 내부에서도 브레인으로 평가받는 이 차장은 서초동 법조계에서 대검찰청 문턱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하며 관심을 받기 시작한 그는 과거 대검중수부에서부터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등 굵직굵직한 보직을 밟으며 특수통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05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수사에 참여했으며, 2008년에는 삼성 비자금 특검에서 활약했다. 서울중앙지검 시절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수사해 법조인들을 대거 재판에 넘겼으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비리 의혹과 자원외교 사건도 수사했다.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선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벗어난 서오남, 윤석열 라인인가 검수완박 해결인가
이번 검찰총장 인선은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라고 비판받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 기조를 일단 벗어났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여성 후보자는 없지만, 비서울대와 지방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 선정에 대해 출신 지역과 대학 측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 원장과 김 고검장은 각각 연세대와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 고검장과 이 차장은 서울대 출신이다. 출신 지역도 여 원장이 경북 김천시, 김 고검장이 경남 남해군, 이 고검장이 강원 양양군, 이 차장이 광주로 다양하다. 다만 결과는 또 서울대일 수도 있다.
현재는 이 차장이 유력하다는 것이 검찰과 대통령집무실 안팎의 평가다. 이 차장의 경우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으로 부임했을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근무하는 등 ‘윤석열 사단’의 핵심 멤버로 꼽힌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검찰 주요 간부 인사에도 참여했다. 한 장관과 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연수원 27기인 한 장관으로서는 검찰총장이 선배 기수일 경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 차장을 제외한 3명의 인사는 모두 한 장관보다 선배다.
하지만 김 고검장과 여 원장, 이 고검장 또한 특수통에 각각의 강점을 확보한 만큼 이 차장으로서는 낙점을 마음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추천위 심사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의 직접수사를 지휘할 능력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저지할 능력이 기준이었다고 한다. 또 사법연수원 기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김 고검장의 검찰총장 유력설도 나온다. 김 고검장은 엄밀히 말해 ‘윤석열 사단’은 아니지만 ‘검수완박’ 국면에서 대국민 여론전의 선두에 서면서 후배들의 신망을 얻은 바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네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수사력에 대해선 의구심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며 “신임 검찰총장이 향후 수사를 지휘하고, 검수완박 등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데는 검찰 대부분이 공통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한 장관과 호흡이 잘 맞을 인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장관은 이르면 이날 이들 중 1명을 윤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을 송부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