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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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기후변화법안’ 서명… 韓 전기차 美 세금혜택 제외 ‘비상’

바이든 ‘기후변화법안’ 서명 파장

美 배터리 탑재 현지 조립 조건
中 광물·배터리 사용 차량 배제
韓 차종 모두 요건 충족 못 맞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세액공제 조건을 새로 정하면서 한국 업체 차종이 수혜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영업과 현지 전기차 시장 진출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부자 증세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법안(Climate Bill, 이른바 인플레이션감축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525만원), 신차에 최대 7500달러(985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특히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혜택을 적용키로 했다. 전기차 분야에서의 중국 추격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전기차 업계에서도 요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전기차 세액공제 변경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올해 연말 기준 21종으로 줄었고, 한국업체 차종이 모두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일을 기준으로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되는 2022∼2023년식 전기차 가운데 한국업체 차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된다. 다른 전기차인 코나EV, GV60, 니로EV 등도 한국에서 생산된다. 에너지부가 연말까지 수혜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제시한 전기차는 아우디, BMW, 포드, 크라이슬러, 루시드, 벤츠 등의 2022∼2023년식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21종이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지을 전기차 전용공장은 2025년 완공이 목표인 만큼 향후 몇 년간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연합뉴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현대차 및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와 함께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안 본부장은 배터리 부품 제작·조립과 전기차 최종 조립을 모두 북미에서 완료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요건을 완화해줄 것을 미 통상당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등 관련주들은 하락했다. 코스피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3.8% 하락한 19만원에, 기아는 4.02% 하락한 7만8700원에 장을 마쳤다.


백소용·우상규·이도형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