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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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 바다 빠뜨릴까” “아직 안 갖다 버림”… 이은해·후배 카톡 대화 공개돼

“자수 권유하니 ‘딸 금전 지원해주면 자수하겠다’고…” 이은해 후배 증언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씨가 지난 4월16일 인천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인천=뉴스1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씨가 지인과 나눈 메시지에서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30)씨를 두고 ‘(바다에) 빠뜨려 버릴거면’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는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씨와 조씨의 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 동행했던 지인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씨와 중학교 후배 A씨가 나눈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개됐다. A씨가 “현수는 아직 안 갖다 버리고 잘살고 있어? 이번에는 현수를 필리핀 바다에 빠뜨려야 하나”라고 묻자 이씨는 “아직 안 갖다 버림. 빠뜨려 버릴 거면 나중에 연락할게”라고 답했다.

 

검찰은 A씨에게 “이 씨의 전 남자친구가 (2014년 7월) 태국 파타야에서 스노클링 도중 의문사한 사건을 알고 비유해 보낸 것이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라며 “(메시지를 보낸 건) 별 이유 없고 농담식으로 주고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농담을 잘하는데 제 주변에서는 ‘이번에는 나야?’라는 농담도 한다. 사건 이후로 제 주변에는 저랑 물가에도 안 간다고 한다”고 했다.

 

A씨는 피해자 윤모씨(사망 당시 39세)가 계곡에서 숨진 사고 당일을 떠올리며 “(윤씨가) 튜브 없이 물에서 노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이씨와 윤씨가) 부부사이라는 것은 사고 발생 직후 소방대원이 관계를 묻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라면서 사망 후 유족에게 연락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내가 이씨에게 윤씨 누나의 번호를 받아 직접 연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 인천=뉴시스

 

A씨는 2020년 10월 이 사건을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방송 직후 이씨에게 자수를 권했다고도 했다. 그는 “이후 이씨와 조씨의 범행이 여러 차례 의심이 들어 이씨 딸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자수를 권했는데, (이씨가) 억울하다고 했다”며 “(당시 이씨에게) 혹시 딸 때문에 자수 못 하는 거면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내가 금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더니 이씨가 ‘내가 죽인 게 아닌데 너무 억울하다’고 오열했다. 그러면서도 ‘딸이 성인 될 때까지 금전적으로 지원해주면 자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씨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언니가 안 죽였는데 자수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당시 이씨를 한 번 더 믿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알’ 방송 다음날인 2020년 10월18일 오후 9시10분쯤 이씨와 A씨가 나눈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자수 이야기를 여러 번 하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이씨가 “내가 한 것 맞으니 자수할까”라며 “오빠(윤씨)가 허우적거리는 걸 봤고, 내가 안 구한 것도 맞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A씨는 해당 메시지에 대해 “당시 이씨가 범행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이 일로 주변 사람들을 너무 괴롭히니까 자백하려는 걸로 받아들였다”면서 “그때 이씨는 자기 신상정보가 다 까발려지자 딸의 신상정보까지 공개될 것을 무척 염려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A씨는 이씨가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14일쯤 잠적한 뒤 이씨의 범행 사실을 신했다고 했다. 그는 “이씨가 억울함을 증명하겠다고 해놓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도주한 것을 봤다”며 “지금은 이씨의 보험사기 범행을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 등은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 앞서 이들은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3개월 후인 같은 해 5월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한 낚시터에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윤씨 명의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린 범죄로 보고 있다. 

 

이씨와 조씨의 다음 공판은 23일 오후 2시에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