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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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사과” 공지에 누리꾼들 ‘사과가 왜 이래!’ 분노…왜?

일부 누리꾼들, ‘심심하다’를 ‘지루하다’로 잘못 이해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까지 올라…‘문해력 저하’ 논란
문해력 저하 논란의 발단이 된 업체측의 사과 공지문. 트위터 캡처

 

사과문에 사용된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심심한’을 ‘지루하다’는 뜻으로 잘못 이해하고 분노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문해력 저하’ 논란이 일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걸 체험했다’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심심한 사과’가 검색어로 올라왔다. 

 

이는 웹툰 작가 사인회가 예정됐던 서울의 한 콜라보 카페 측이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며 올린 사과문이 발단이 됐다. 

 

이날 카페 측은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라고 전했다. 

 

트위터에는 '심심한 사과'와 관련된 트윗이 1만개를 넘어갈 정도로 많은 누리꾼들이 관심을 보였다. 트위터 캡처

 

이후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너희 대응이 재밌다”, “앞으로 공지글은 생각 있는 사람이 올려라”,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주냐”, “꼭 ‘심심한’이라고 적었어야 했냐” 등의 트윗을 남기며 해당 카페 측을 비난했다. 

 

카페 측이 사과문에 사용한 ‘심심(甚深)하다’라는 단어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의미인데,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동음이의어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심심한 사과’는 금방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로 올랐고, 이를 지켜보던 누리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진짜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걸 다시 체감했다”며 “설마 그 ‘심심한’이겠냐. 맥락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황당해했다.

 

이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흘을 ‘4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병역을 ‘병에 걸렸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본 문맹률은 1%에 가깝지만, 최근 ‘21세기 신문맹’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실질적 문맹률은 높은 수준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읽은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은 무려 75%에 달한다. 10명 중 7명은 글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미디어로 정보를 접하거나 글을 읽는 게 익숙해질수록 실질 문맹률이 더욱 높아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