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文 사저 경호 강화에 평산마을 평온 되찾을 수 있을까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의 경호가 22일 0시부터 강화된다.

 

문 전 대통령 퇴임 후부터 일부 극우 성향 단체의 집회와 1인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이 다시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대통령 경호처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를 강화한다고 밝힌 가운데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 단체와 문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극우 성향 단체들이 집회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평산마을 주민 제공

대통령 경호처는 21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의 경호 구역을 확장해 재지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경호 구역이 사저 울타리까지였는데, 울타리로부터 최대 300m 반경까지 넓어졌다.

 

경호처는 “평산마을에서의 집회·시위 과정에서 모의 권총, 커터칼 등 안전 위해요소가 등장하는 등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집회·시위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평산마을 주민들의 고충도 고려했다고 했다.

 

지난 5월10일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사저로 오면서부터 문 전 대통령을 규탄하고 비방하는 극우 성향 단체와 1인 시위자, 유튜버들로 인해 평산마을은 몸살을 앓았다.

 

일부 단체가 야간에도 확성기를 틀며 집회한 탓에 평소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일부 고령 주민들은 환청에 불면증 등 이상증세를 호소하면서 집회와 시위를 자제해달라고 주최 측에 촉구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법이 보장하는 행위라며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면서 주민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야당 정치인들도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찰이 일부 단체 집회를 금지·제한하고, 문 전 대통령이 극우 성향 단체 회원들을 고소하기도 했지만 평산마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1일 대통령 경호처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를 강화한다고 밝힌 가운데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 단체와 문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극우 성향 단체들이 집회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평산마을 주민 제공

참다못한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도 가세해 맞불 성격으로 집회를 하면서 평산마을은 보수와 진보 이념 갈등의 전쟁터가 돼 버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 극우 성향 1인 시위자가 산책 나온 김정숙 여사를 협박하고 사저 관계자를 커터칼로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1인 시위자는 문 전 대통령 퇴임 후부터 줄곧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해왔다가 이 사건으로 구속됐다.

 

현재 평산마을에는 40여 가구 100여명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사저를 기준으로 300m 반경에는 사실상 사저 인근 주민들 주거지 대부분이 포함된다.

 

평산마을 주민들은 이번 경호처 조처로 마을에 다시 평온이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60대 주민 A씨는 “정말 이런 고통은 당하지 않으면 말할 수가 없다”며 “뒤늦은 조처이긴 하지만 사저 경호가 강화돼 우리 마을이 다시 예전 같은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흉기 난동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으로 본다”며 “경호 구역 확대도 중요하지만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호 구역 강화 조치에도 일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예가 신한균씨는 “집회는 경찰이 금지하거나 제한하면서 제제를 가할 수 있지만 1인 시위는 그렇지 않다”며 “지금은 1인 시위자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기에 사저 경호가 강화돼 구역이 넓어지더라도 1인 시위를 허용하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사저 경호 구역이 강화되더라도 헌법이 보장하기에 집회와 시위는 금지할 수 없다”며 “다만 이번 경호처 조치로 경찰이 현장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돼 평산마을 질서유지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산=강승우 기자 ks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