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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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부터 식혀야”… 한은, 8월 기준금리 0.25%P 올릴 듯

25일 금통위 전망
7월 기대인플레 역대 최대폭 상승
한미 금리역전도 인상 필요성 키워
경기 둔화 우려에 빅스텝은 없을 듯
물가 전망도 5%초반대 상향 예상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6%를 넘어선 소비자물가가 아직 정점을 지났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데다, 미국과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수출 증가세 둔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만큼 두 달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함께 발표되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및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의 수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채소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최근 고온다습한 기후로 신선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농작물 가격 오름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오는 25일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6%대 물가가 두 달째 지속되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5%에 근접함에 따라 고물가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5월 5.4% 이후 6월(6.0%)과 7월(6.3%)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재돌파한 가운데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거쳐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7월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전월 대비 0.8%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된다면 향후 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경제 전반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물가가 9∼10월쯤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물가가 서서히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 전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올해 4월부터 5월, 7월에 이어 8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게 된다.

물가 상방 압력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경기 하방 압력도 커진다는 점이 한은의 고민 지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10.4포인트 떨어진 86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2020년 9월(8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은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서더라도 한미 금리 역전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로 한국 기준금리(연 2.25%)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금리는 다시 같아진다. 하지만 미국이 남은 세 차례의 회의(9·11·12월)에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 연말 3.5∼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 역전 폭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본 유출 및 원·달러 환율이 급등에 대한 우려도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물가 상향 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1∼7월 누적 물가 상승률은 4.9%로 한은 전망치(4.5%)를 넘어서면서 올해 물가를 4% 후반대나 5% 초반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아직 없다.

무역수지 악화와 설비·건설투자 하락, 민간소비 부진으로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한은이 성장률을 잠재 성장률 수준인 2% 초반까지 하향 조정할 경우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될 수 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