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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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고객 70%가 미국 회사… 대중 의존도 10%… 칩4 가입 불가피” [한·중 수교 30년… 격동의 동아시아]

리춘 대만 중화경제硏 부집행장
“대만 반도체사 中 신규투자 자제
韓·대만 칩4 관련 공동전선 필요”

대만 국책연구기관인 중화경제연구원(CIER) 리춘(李淳·사진) 세계무역기구(WTO)센터 부(副)집행장은 미국이 경제안전보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추진하는 한·미·일·대만의 반도체 동맹 칩(Chip)4에 대해 “대만과 한국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협업에 따른 문제를 논의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칩4는 경제안보 관점에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핵심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는 “대만은 칩4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대만적체전로제조공사)의 고객 70%가 미국 회사”라며 “중국 납품 제품의 최종 고객도 결국 미국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대중 투자 비중이 대만보다 높고 제품의 50%를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반도체 관련한 대중 의존도가 10%에 불과하다”며 “한국이 대만보다 훨씬 어렵고,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칩4는 반도체와 관련한 미국, 일본, 한국의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서 재정지원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반도체법·과학법에 서명했다.

그는 “어차피 대만 TSMC나 UMC(롄화전자)는 이미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 마련되어 있다”며 “대만 정부도 대중 투자를 가능한 한 자제하라는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의 반도체 투자에는 불문율이 있다. 중국에 반도체 관련 투자를 할 때 대만보다 2세대 이상 낙후된 기술만 가능하고 그보다 높은 기술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기술은 제한하고 있고, 중국 내 공장을 굳이 확충할 필요성은 없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강화 정책에 따른 한국과 대만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전체적으로 미국에서 한국이나 대만 모델을 복제해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며 “원가, 비용 문제가 아니라 (미국 공장에서) 한국과 대만의 우수한 인력을 공급받기 어렵고, 한국·대만의 일하는 문화가 미국에 복사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TSMC 설비에 문제가 있으면 대만에서는 한밤중이라도 20분이면 직원이 와서 수리하지만 미국에서는 100년이 가도 안 될 것”이라며 “대만이나 한국 모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중 대립 격화 속에서 대만이 전략적 승부처로 인식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세계지도에서 대만이라는 글자가 없어져 중국의 일부가 되길 원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 위기 고조로) 전 세계가 (대만 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오히려 반길 일”이라고 했다.

중국의 무력통일 시도 가능성에 대해선 “군사 충돌의 가능성은 커지나 전쟁은 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이어 “중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대만에 대해) 미국 원조나 지원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미국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군사적 우위를 차지했을 때”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 표명을 볼 때 (이런 상황은) 10년 안에는 안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타이베이=글·사진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