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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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사회를 거부한다… 더 트리니티 갤러리 ‘나,나 NA,NA’ 展

‘사회에 주어진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난 겉모습으로 꾸미는 행위’. 드랙(Drag) 아트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과거 셰익스피어 시대 연극과 오페라에서는 여성이 무대에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탓에 남성 연기자가 여성 역할을 대신 해야만 했다. 여장을 한 남성이 긴 치마나 망토 등을 끌며 무대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모습을 ‘드랙’이라 표현한 것이 그대로 지금까지 굳어졌다.

 

드랙 아티스트는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성별 구별 없이 자유로이 표현하고자 한다. 치마는 여자만 입어야 한다거나 화장하는 남자는 꼴불견이다는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는다. 가끔 트랜스젠더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는데, 무관하다. 이들은 단지 숨이 막힐 듯 경직된 사회를 거부할 뿐이다.  

드랙(Drag) 아티스트 나나영롱킴의 전시회 ‘나,나 NA,NA’가 8월 22일부터 31일까지 더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열린다. ‘더 스포트라이트(The Spotlight)’ 연작과 ‘옐로우 맘바(Yellow Mamba)’ 연작으로 드랙 아트의 과거와 현재를 극명하게 대비해 보여준다.

현대에 이르러 드랙은 전위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자, 1990년대엔 화려하게 부풀린 머리와 곡선을 강조하는 ‘미인대회 스타일’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최근 들어 드랙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작가는 자신이 갈구하던 형태를 빚어내며 과감하게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예술’로 승화시켜 나간다. 그 선두에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이 있다.

 

그는 상식을 깨는 화려한 메이크업과 경계를 허무는 의상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낯설었던 드랙을 주류 문화의 장에  들여놓았다. 그동안 패션, 음악, 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신선한 문화충격을 안겨온 그가 마침내 드랙 소개에 나섰다.

 

이번 전시의 콘셉트 아이디어와 촬영 구성, 스타일링, 소품 제작, 모델 캐스팅 등은 모두 그가 직접 디렉팅한 것이다. 촬영 작업은 포토그래퍼 김문독과·김현재가 협업했다.

 

전시는 둘로 나뉜다. ‘더 스포트라이트(The Spotlight)’ 연작과 ‘옐로우 맘바(Yellow Mamba)’ 연작이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콘셉트는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소재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은비까비’에서 영감을 얻었다. 풍성한 헤어스타일링에 정석대로 일을 처리하는 은비가 과거의 드랙을 보여준다면, 얼굴에 동그란 복면을 쓰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며 일을 풀어가는 까비는 현재진행형 드랙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전시회를 기획한 박소정 디렉터는 “시대가 변하고, 사람도 바뀌고, 환경이 달라지는데, 문화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가 다가올수록 화려한 드랙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 또한 높아진다”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짙고 화려하게 스타일링하는 나나영롱킴의 작품들이 과거의 드랙과 새로운 예술로 끊임없이 변모하는 현재의 드랙 문화를 한 눈에 비교해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22일부터 31일까지 더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2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