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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경계하는 그녀, 독일 총리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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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
직접 공항 가서 숄츠 총리 영접 '파격'
외조부가 우크라 출신… 대러 강경파

캐나다를 방문 중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가운데 정작 트뤼도 총리보다 더 주목을 받는 캐나다 정치인이 있다. 바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다. 캐나다 내각엔 원래 부총리 직제가 없었는데 2019년 11월 트뤼도 총리가 부총리를 신설하며 캐나다 역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인 프리랜드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

 

정상회담 하루 전인 21일 숄츠 총리는 몬트리올 공항에 도착해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았다. 그런데 프리랜드가 직접 공항에 나가 숄츠 총리를 맞이하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외교장관 정도면 충분했을 텐데 ‘2인자’ 부총리가 외국의 총리를 영접하는 ‘파격 의전’을 선보인 것이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등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오타와=AP연합뉴스

이뿐 아니다. 프리랜드는 비행기에서 내린 숄츠 총리가 땅을 밟자마자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그에게 다가가더니 오랜만에 만난 가족처럼 꼭 끌어안았다. 의상도 캐나다 국기의 단풍을 상징하는 색깔인 동시에 ‘뜨거운 환영’을 의미하는 빨간 옷을 입었다. 처음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던 숄츠 총리는 이내 반가운 표정으로 프리랜드와 포옹을 나눴다.

 

그 직후 프리랜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공항 영접 사진을 올리며 “독일은 캐나다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적었다. “캐나다에 온 숄츠 총리를 격하게 환영한다”고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리트윗했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누구보다 강하게 러시아를 비난해 온 프리랜드가 독일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전쟁 초반 러시아에 제대로 된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 여전히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중이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자립을 외치며 가스 공급망을 러시아 말고 다른 나라들로 다변화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숄츠 총리의 캐나다 방문도 ‘에너지 외교’에 방점이 찍혀 있다.

 

프리랜드는 외할아버지가 우크라이나계 이민자다. 그 때문인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한 경제제재에서 캐나다 재무부는 서방 국가들 중 가장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5월 트뤼도 총리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때 동행하기도 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왼쪽)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공항에 도착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다가가더니(위) 꼭 끌어안는(아래) 모습. 프리랜드는 우크라이나계 이민자의 손녀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몬트리올=AFP·AP연합뉴스

정치인이 되기 전 언론계에 오래 몸담은 프리랜드는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며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이코노미스트 등 영·미의 유력 신문에 글을 기고했다. 러시아 및 동유럽 전문가로 자리를 굳힌 그는 파이낸셜타임스 모스크바 지국장을 맡아 러시아 관련 취재를 총괄하기도 했다. 러시아 내부 사정에 정통한 만큼 그의 비판은 매섭기 그지없었고 크레믈궁도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랜드가 외교장관으로 있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크림)반도 강제점령을 맹렬히 비판하던 2017년 러시아 측에서 “프리랜드의 우크라이나인 외할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위해 일한 부역자였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이에 프리랜드는 즉각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번에 그가 숄츠 총리, 그리고 독일과의 우정을 강조한 것은 외조부의 ‘나치 연루’ 의혹을 불식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