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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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지사, 농지법 위반 논란 행정시장 임명 강행

도의회 ‘부적합’ 의견에도 "책임질 것"
선거공신 고위직 보은인사로 논란 자초

오영훈 제주지사가 농지법 위반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 힙싸인 행정시장 임명을 강행해 논란을 사고 있다. 특히 투기성 농지 매입과 임야 형질변경 의혹 등으로 제주도의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사실상 ‘부적합’ 의견이 내려진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의 인선은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기자회견하는 오영훈 제주지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오 지사는 2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행정시장 인선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와 이종우 서귀포시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방침을 밝혔다.

 

오 지사는 “오늘 양 행정시장에 대한 최종 임명도 간단치 않은 사안이었고, 숙고하고 또 고민하면서 수 없이 번민한 끝에 결정했다”라며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이번 인선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교훈 삼아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 채찍질로 삼겠다”라며 “도민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는 발탁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오늘부터 다시 출발하겠다. 도민 여러분의 뜻을 잘 새기면서 양 행정시장과 함께, 도민의 염원을 하나하나 실현하기 위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오 지사는 “40대의 패기와 60대의 연륜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만들며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빛나는 내일과 행복한 도민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자질 논란으로 사실상 부적합 판단을 받았다.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제주도의회 제공

강 후보자는 김한규 제주시을 국회의원 선거 캠프와 오영훈 제주지사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강 후보가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부동산 소유 현황을 보면 강 후보는 2019년 제주시 아라동에 4명 공동지분으로 농지 7000여㎡를 구매했다. 2014년과 2015년에도 애월읍 광령리의 임야와 농지를 여러 필지 매입했다.

 

지난 18일 열린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은 “강 후보자가 제주시 아라동과 애월읍 농지를 매입하고도 제대로 농사를 짓지 않는 등 농지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고 비판했다.

 

서귀포시장에 내정된 이종우 후보자는 오영훈 제주지사 선거 캠프 출신이다.

이종우 서귀포시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제주도의회 제공

이 후보자는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적격 판단을 얻었지만, 본인과 가족이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고도 공익형 밭 농업 직불금을 수령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오 지사의 시장 임명 강행으로 농민단체와 국민의힘제주도당, 정의당제주도당은 양 행정시장의 지명 철회를 요구한 바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오 지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의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오 지사의 인사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김 의장은 “강병삼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등 도민사회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도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경우 지체 없이 자진사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최근 이뤄지는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는 보은성 임명을 지양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기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