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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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정점’ 심리 확산… 기대인플레 4.3% ‘8개월 만에 하락’

한은, 8월 소비자동향조사 발표

지난 7월보다 0.4%포인트 떨어져
물가 주도 품목 농산물·석유류 順

소비자심리지수 넉 달 만에 반등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사상 최저’
체감 경기 호전… 매수심리는 최악

채권 전문가 91% “금리 0.25%P↑”

앞으로 1년 동안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소비자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세가 8개월 만에 꺾였다. 유가 하락과 함께 물가 정점이 다가왔다는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2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4.7%)보다 0.4%포인트 떨어진 4.3%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오르기만 했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한 건 지난해 12월(-0.1%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전월 대비 상승 폭은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2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4.7%)보다 0.4%포인트(p) 내린 4.3%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글로벌 물가 흐름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해 9∼10월 물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뉴스나 정부 발표, 최근 유가 소폭 하락 등이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응답 분포를 보면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가 5% 이상 오를 것이란 응답은 지난달보다 줄었고, 그 반대는 늘었다. 여전히 6%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19.2%로 가장 높았지만 7월보다 5.2%포인트 줄었고, 4∼5%가 17.9%로 두 번째로 많았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농축수산물(47.5%), 석유류 제품(47.0%), 공공요금(45.6%) 순이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농축수산물(7.4%포인트)의 응답 비중이 늘었고, 석유류 제품(-21.0%포인트), 공공요금(-2.9%포인트) 비중은 감소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체감 상승률을 뜻하는 ‘물가 인식’은 5.1%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달과 같았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현재 물가가 6%대로 높게 형성돼 있고 유가가 잠깐 하락했지만, 폭우 등으로 식품·채소류 같은 생활 물가가 올라 물가 인식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도 다소 좋아졌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지난달보다 2.8포인트 오르면서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란 의미다.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 확대, 매수심리 위축, 시장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집값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지수(76)는 지난달보다 6포인트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고, 낮으면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지난달 한은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이후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는 다소 약화됐다. 금리수준전망지수(149)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152)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내릴 것으로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웃도는데, 지난달보다 금리 상승을 전망한 비중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내 채권 관련 종사자들도 소비자물가가 조만간 정점을 지난다고 예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날 발표한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7%는 물가가 보합일 것이라 답했다. 물가 하락을 예상한 응답자는 7%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6%)보다 많았다. 또 응답자의 97%는 한은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 응답자 중 91%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혜·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