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광주 간 주한 美대사, '명인'한테 김치 담그는 법 배워

광주김치타운서 곽은주 명인 도움으로 김치 체험
"제일 좋아하는 한식 중 하나… 얼른 맛보고 싶다"

한국 문화의 ‘끝판왕’(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맛의 고장’ 광주광역시를 찾은 김에 김치타운을 찾아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직접 자신이 먹을 김치도 담갔다. 그는 김치를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라고 했다.

 

24일 골드버그 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그가 광주김치타운에서 김치 체험을 하는 사진들이 게재돼 있다. 골드버그 대사에게 김치 비법을 전수하고 또 함께 김치를 만든 이는 ‘김치명인(名人)’으로 잘 알려진 곽은주씨다. 그는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열린 광주세계김치축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명인 반열에 올랐다.

23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왼쪽)가 광주김치타운에서 ‘김치명인’ 곽은주씨한테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고 있다. SNS 캡처

골드버그 대사는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김치는 제가 좋아하는 한식 중 하나이고 이제 만드는 법도 배웠습니다”라며 “곽은주 명인과 제가 함께 만든 김치를 얼른 맛보고 싶네요!”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자신의 김치 사랑을 고백한 바 있다. 김 의장이 이달 초 방한했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의 오찬을 떠올리며 “펠로시 의장이 김치를 비롯한 한식 반찬을 잘 드셔서 좋았다”고 하자 골드버그 대사는 즉시 “저 또한 김치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달 10일 부임 후 “한국 문화의 끝판왕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끝판왕’이란 가장 뛰어나고 대단한 사람, 또는 그러한 대상을 뜻한다. 실제로 그는 복날에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부근 삼계탕집을 찾아 삼계탕을 먹는 사진을 SNS에 올리거나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치맥’을 즐기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음식문화뿐만 아니고 한국의 역사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임 직후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6·25전쟁 때 전사한 한국군과 미군 등 유엔군 장병들을 추모한 데 이어 이번 광주 방문 기간에는 국립5·18민주묘지에 가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민주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그가 42년 전 광주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미국이 한국 정부와 우리 시민군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던 윤상원 열사(1950∼1980)의 묘비 앞에서 경건하게 고개를 숙인 모습은 여러 언론에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