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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값 1년새 21% ‘껑충’… 물가 안정 땐 가격 인하? [이슈+]

1년 만에 추가 인상 ‘이례적’…마트서 1봉 820원
농심 “원재료·환율 등 급등으로 불가피한 선택”
2010년엔 밀가루값 하락 반영해 가격 내리기도
전쟁·팬데믹·금융 불확실성 커…“추이 지켜봐야”

라면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다. 그중 농심 ‘신라면’이 ‘국민 라면’이라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선호도를 불문하고 거의 없을 것이다.

 

신라면은 1986년 출시됐다. 1991년 삼양라면을 제치고 처음으로 국내 판매 1위를 차지한 뒤 32년 동안 1등을 내주지 않았다. 세계시장에서도 사랑받는 신라면은 지난해까지 단일 브랜드로 15조3000억원의 누적매출을 올렸다.

농심은 지난 16일부터 국내 라면 시장 1위 제품 '신라면' 등 라면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라면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24일 신라면의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8월 가격 인상 후 겨우 1년 만에 또 오르는 것이다.

 

농심은 추석 이후인 다음달 15일부터 라면 주요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11.3% 인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스낵 가격도 평균 5.7% 오른다. 농심은 “올해 4월 이후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가부담이 심화돼 이번에 가격 조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라면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봉지당 평균 736원에서 820원으로 오른다.

 

농심은 지난해 8월에도 신라면 가격을 봉지당 평균 676원에서 8.9% 올렸다. 지난해 8월 초와 다음달 오를 가격을 비교해보면 13개월 사이 21.3%가 뛴 것이다. 지난해에도 농심은 “수년간 가격 인상을 미뤄왔지만 팜유와 밀가루 등 라면의 주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경영비용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심해져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라면 가격이 1년여간 두 차례나 오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 20년 신라면 가격 인상 시기를 살펴보면 2002년, 2004년, 2008년, 2011년, 2016년, 2021년으로 보통 4∼5년의 시차가 있었다.

 

가격 인상률은 국제 금융위기로 물가가 치솟았던 2008년(15.4%)을 제외하고는 6∼7% 선이 유지됐다. 하지만 지난해엔 8.9%, 올해는 11.4%로 오름폭이 크다.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대해 농심은 “각종 비용 상승으로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라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농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위기’가 감지된다. 상반기 총 매출은 1조49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6.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86억원으로 15.4% 줄었다. 농심과 함께 라면업계 ‘빅3’로 꼽히는 오뚜기와 삼양의 영업이익이 각각 24%, 81%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더욱 심각하다. 영업이익이 4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5.4% 줄었고, 그것도 국내 실적만 따지면 30억원 적자를 봤다. 영업이익 적자는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 본사. 연합뉴스

농심 관계자는 “제조업에서는 매출이 오르면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이처럼 급감하는 것은 분명 큰 경고 신호”라며 “지금까지 라면과 스낵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 인상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2분기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한 만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끝나 생산비가 다시 안정될 경우 라면값은 이전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을까.


농심은 지난 2010년 라면과 과자 값을 한 차례 내린 바 있다. 2008년 2월 650원에서 750원으로 올랐던 신라면의 권장소비자가격은 2년 만인 2010년 2월 730원으로 2.7% 인하됐다. 당시 국제 밀가루 가격이 7%가량 하락하면서 농심뿐 아니라 대부분 제빵·제과·라면 등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원료비 상승 탓에 1년여 사이 두 차례에 걸쳐 21% 값을 올린 이례적 조치를 취한 만큼, 생산비가 하락하고 안정화될 경우 라면가격도 다소 내려갈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후 치솟던 국제곡물가격은 아직 불안정하지만 회복 추세로 돌아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14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특히 흑해 항구 봉쇄가 해제되고 북반구의 밀 수확이 원활해지면서 곡물 가격지수가 전달보다 11.5% 하락했다.

 

하지만 농심은 향후 인하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제 물가와 국내 상황에 따라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설령 가격을 내린다고 해도 인상 폭은 크고 내림 폭은 박하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이례적 가격 인상이 원재료비 상승 때문만은 아닌데다 전쟁과 코로나19, 금융 불안정 등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추이를 지켜보며 여러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