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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못하는 대통령은 언제나 인기가 없다 [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 농산물수급종합상황실에서 제2차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두 달여만에 40%선을 회복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핵심 법안의 의회 통과와 함께 유가 하락 등 물가 상승세가 멈춘 게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전 세계를 막론하고 경제 상황은 대통령 지지율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집권 때만 하더라도 60% 전후의 지지율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취임 초보다 높았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에 질려있던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국’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는 지지율을을 깎아내렸고, 이후엔 국민들의 삶이 정상화되며 반대로 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주가는 하락했다. 특히 자동차 없이 살 수 없는 미국에서 기름값 상승은 민심을 빠르게 악화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학생 학자금 융자 상환제도 개선에 관해 발표하기 전 잠시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40%대로 떨어졌고, 10월엔 30%대로 다시 추락했다. 취임 9개월 만에 지지율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후 올해 5월에는 36%까지 더 내려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의 지원 유세를 꺼리는 모습마저 보였다.

 

그런 그의 최근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각종 입법 성과에 더해 미국의 인플레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덕이다. 미국 주가도 등락을 거듭하며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갖가지 논란 속에서도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는 실제 취임 기간동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등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전 세계와 ‘돈의 전쟁’을 벌였다. 그가 임기 중 보수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은 높은 취업률과 경제 상황 때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차지하고, 오랜 기간 독재 체제를 구축했지만, 여전히 많은 지지자들로부터 경제를 부흥한 대통령이라는 향수어린 평가를 받는다.

 

‘탄핵’이라는 특수상황 속에 지지율이 4%까지 떨어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금융실명제 도입과 하나회 숙청, 공직자 재산 공개 등 경제·사회 개혁 정책에 힘입어 한 때 83%까지 치솟았지만, 임기말 IMF 사태 속에 6%로 추락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지지율 최고치는 84%에 이르지만, 임기 마지막 해엔 한 때 2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 시절, 한국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나라로 평가받았고, 지표상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2021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5000달러를 돌파했고, 경제성장률은 4%를 기록했으며, 수출 실적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런 긍정적 경제 지표는 임기말 부동산 정책 혼선과 집값 폭등이라는 그림자에 상당부분 가려졌지만 그래도 그의 퇴임시 지지율은 45%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윤 대통령은 ‘비호감’ 대결로 불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의원과 치열한 승부 끝에 박빙 승리를 거뒀다.

 

이런 영향으로 52%(한국 갤럽 조사)라는 이전 대통령들보다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취임 몇주는 지지율이 소폭 오르는 듯 했지만, 6월 말 43%로 떨어지더니, 8월 첫째주에는 24%까지 낮아졌다. 지금은 30%선을 넘나들지만 임기 초반 지지율 치고는 여전히 너무 낮다.

 

그의 지지율 하락에는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대통령실 인선 논란, 여당의 내홍, 윤 대통령과 이준석 당 대표간의 불화, 김건희 여사 지인 논란, 장관 인선 실패와 교육 제도 개편, 펠로시 미 하원의장 패싱 논란 등등.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을 방문해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와 함께 지금까지 정책으로 보여준 게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민생고를 덜어줄만한 눈에 띄는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다. 민생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 자체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경제는 대통령이 살리 게 아닙니다”라는 발언과 지난 6월 고물가 상황에 대해 “대처할 방법 없다”고 한 발언은 실망스럽다. 민간이 잘 해야 경제가 산다는 뜻이고, 세계 경제가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는 얘긴데, 국민은 대통령에게 경제 상황의 책임을 묻는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물가는 전례없이 무섭게 오르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0.25%p인상한만큼, 가계 이자도 조만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날이갈수록 치열하고, 미국은 자국내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하면서, 우리 자동차 업계를 당황케 하고 있다.

 

대통령을 처음해봐서 서툴다고 했던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계기로 경제 문제에 부쩍 관심을 가지는 등 다른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다. 경제 상황은 하루 아침에 바뀌기 힘들고, 경제만 잘한다고 인기가 오를지는 미지수지만, 경제도 못하는 대통령은 언제나 인기가 없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