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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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가 중동에 미친 4가지 영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째, 중동 지역이 유가 폭등의 수혜와 식량난 악재 등 복합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CNN이 분석했다.

 

이날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동 지역에 준 영향을 4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유가 폭등이다. 국제유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뒤 배럴당 120달러(약 16만원)대까지 폭등했다가 근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고유가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지만, 중동 산유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고유가로 산유국들이 2026년까지 1조3000억달러(1735조원)의 추가 수입을 낼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밝혔다.

러시아 군인이 마리우폴의 한 건물 지하를 수색하고 있다. 마리우폴=EPA연합뉴스

고유가로 산유국들의 경제 성장률도 높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올해 1~4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9.9%를 기록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번째는 한때 서방의 손가락질을 받던 독재자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모하메드 빈 살만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대표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난달 중순 사우디를 방문해 증산을 요청하며 무함마드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눴다.

 

19년째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중심인물로 부상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곡물 협상을 주도했고,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과정에서 어깃장을 놓으며 존재감을 높였다. CNN은 “이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 질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는 중동이 서방과의 관계를 재평가하면서 중국과 더 유착하게 됐다는 점이다. 안와르 가르가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지난 4월 “전쟁은 더는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세계 질서에 대한 서구 패권의 마지막 날”이라고 밝혔다. UAE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이달 대만 방문 때도 중국 편에 섰다. 당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도발적’이라고 규정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했다.

지난 14일 예멘 북부 사다 지방의 한 배급소에서 구호요원이 예멘인들에게 식량 배급품을 나눠주고 있다.사다=EPA연합뉴스

네 번째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식량난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전 세계 밀의 약 3분의 1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서 생산된다. 일부 중동 국가들은 밀 수입의 절반 이상을 두 나라에 의존하는데 특히 이집트, 리비아, 레바논 등이 큰 피해를 봤다.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재개됐지만, 중동 지역에서 여전히 곡물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CNN은 전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