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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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상황 아냐” 주호영 비대위 제동… 與, 다시 격랑 속으로

법원, 이준석이 낸 가처분신청 일부인용

“李 당대표 복귀 못 하면 회복 불가 손해”
국민의힘, 즉각 이의 신청… 기각시 ‘항고’
李측 “사법부 역사적 판결” 환영 뜻 밝혀
27일 긴급의총서 지도부 공백 대책 논의

법원이 26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주 비대위원장은 즉각 불복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법원에 이의를 신청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주호영 비대위’의 정상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국민의힘의 차기 지도부 개편 작업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홍을 겪은 여권이 또 다시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당혹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6일 국회에서 자신의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법원 판단에 대한 입장을 취재진에 밝히고 있다. 앞서 법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주 위원장은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다”면서 판사 성향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국민의힘 주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 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한다며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도(지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이 ARS 방식으로 이뤄진 것 등은 위법하거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봤으나,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조건을 규정한 당헌 96조 1항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비상 상황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측은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여기에 대해서도 “정당 자율성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최고위·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은 당사자 적격이 없어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

“더 뛰자” 다짐했는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가 26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당 연찬회에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박형수 원내대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1박2일 연찬회를 통해 전열을 정비했으나 법원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제동을 걸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천안=뉴스1

이 대표 측 소송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사법부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파괴 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대리인단은 “(법원은 국민의힘) 비대위가 탄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절차가 위법할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무효라고 판단했다”며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주 비대위원장은 입장문에서 “매우 당혹스럽다”며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의 비상 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며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법원에 이의를 신청했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서울고법에 항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유상범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설명한 뒤 “비대위 발족 자체는 유효하다.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것이지, 비대위원들의 지위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당분간 권성동 원내대표가 다시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당을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토요일인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 앞이 취재진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정치적 해결에 실패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주영·배민영·장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