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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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본진서 암약한 러 미녀 스파이…귀국 후 호화생활

伊 매체 “10년간 첩보활동…나토․美해군 6함대 인사들과 친분”
“나토·美해군 주관 행사도 참석…어떤 기밀 뚫렸는지는 미확인”
“2018년 귀국 후 고급 아파트 2채·아우디 보유 등 호화생활”
'마리아 아델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러시아 스파이의 2010년 모습. 마리아 아델라 명의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미모의 러시아 여성 스파이가 이탈리아에서 약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여성 스파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합동군사령부와 미 해군 6함대의 주요 인사 등과 친분을 맺으며 10년간 암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영국 온라인 탐사 매체 ‘벨링캣’, 독일 주간지 ‘슈피겔’,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디 인사이더’와 공조해 10개월간 조사한 끝에 이 같은 사실을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아델라가 러시아 정부의 지령을 받은 스파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러시아 여자 스파이는 ‘마리아 아델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아델라는 2009∼2011년 로마와 몰타를 오간 뒤 2013년 나폴리에 정착했다. 나폴리는 나토 합동군사령부가 위치한 곳이다.

 

아델라는 보석 가게를 운영하며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가 6개 국어에 능통하고, 환한 미소와 검은 긴 생머리가 매력적이었다고 떠올렸다.

 

아델라는 사교 클럽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이곳에 있는 나토 합동군사령부, 미 해군 6함대의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맺었다. 특히 나토 합동군사령부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데이터 시스템 관리자와 매우 밀접한 관계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매체는 “아델라가 나토와 미 해군 사령부 내부까지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토와 미 해군이 주관한 연례 댄스 행사, 자선 행사에 참석했다는 증거는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토 합동군사령부는 주요 인사들이 모인 만찬 행사에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술잔을 들고 웃으며 다가온 이 여성이 러시아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델라가 이탈리아에서 러시아 스파이로 활동하며 어떠한 기밀 정보를 빼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매체는 “어떠한 러시아 스파이도 나토 본진에 이렇게 깊숙이 침투한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이 스파이가 어떤 정보를 취득했는지, 남자친구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어놓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델라가 러시아 스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한 것은 그가 이탈리아 입국 때 사용한 러시아 여권이었다. 아델라는 총 3개의 러시아 여권을 사용했는데, 3개 모두 여권번호가 ‘러시아군 정보기관 총정찰국’(GRU) 요원들의 것과 흡사했다.

 

GRU는 2018년 3월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이용해 영국에서 전직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을 독살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의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다.

 

2018년 9월14일 ‘벨링캣’과 ‘디 인사이더’가 독살 시도 용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하자 바로 다음 날 아델라는 나폴리를 떠나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아델라는 행적을 숨기는 데 능했지만 최근 몇 년간 공개된 러시아 데이터베이스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실명은 올가 콜로보바로 1982년생이었다.

 

라 레푸블리카는 “콜로보바의 오래된 여권 사진과 지난해 새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 사진을 대조해 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2018년 갑자기 사라진 콜로보바는 현재 모스크바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고급 아파트 2채와 아우디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콜로보바의 아버지는 앙골라․이라크․시리아 등에서 첩보활동으로 많은 훈장을 받은 러시아군 대령 출신이었다.

 

콜로보바는 최근 러시아의 자체 소셜미디어(SNS)인 ‘오드노클라스니키’(Odnoklassniki)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 콜로보바가 속한 SNS 그룹명은 ‘푸틴의 친구들’이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