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신인왕 후보 김인환 “홈런 딱 하나만 쳐보자는 마음이었는데…”

“홈런 딱 하나만 쳐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어느 순간 개수가 늘어있네요.”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화 김인환(28)은 누구보다 늦게 빛을 본 신인이다. 김인환은 2016년 육성선수 신분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2017년 한화 2군에서 뛰었다. 하지만 김태균과 이성열 등이 버티는 한화에서 김인환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결국 입대를 선택한 김인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1군 무대를 밟았다. 지난 5월4일 SSG전에서 5번타자로 선발로 출장한 김인환은 상대 선발 이태양에게 2회초 프로 첫 데뷔 홈런을 쳤다. 이후 김인환은 한화 4번타자 자리를 꿰차며 15개 홈런을 때렸고, SSG 한유섬, NC 닉 마티니와 함께 이 부문 13위에 올라있다.

프로야구 한화 김인환 선수.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김인환은 “2군에서 시작할 땐 등록도 안 됐을 때여서 최대한 준비를 잘하자는 마음뿐이었다”며 “준비를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가 왔고, 기회를 살려 홈런 하나만 치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섰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개수가 늘었다”고 웃었다.

 

이런 김인환은 올 시즌 신인왕 자리를 놓고 두산 정철원, SSG 전의산, 삼성 김현준과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인환이 신인왕에 오를 경우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령 신인왕이 된다. 김인환은 “주변에서 신인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팀 동료들도 꼭 신인왕 받아보라고 응원도 많이 해준다”며 “개인 성적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인환은 “신인왕을 의식하다 보면 성적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4번타자로서 부담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타순은 순서일 뿐”이라며 “득점권에서 더 잘 치면 좋지만 그런 마음을 갖는 순간 의식하게 되고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김인환 장점으로 ‘어떤 상황에서라도 늘 같은 스윙을 하는 것’을 꼽았다. 수베로 감독은 “김인환은 언제나 타석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칠 준비가 돼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경험으로 곧 채워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김인환은 “주자가 있거나 없거나, 만루인 상황에서도 제 스윙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선다”며 “항상 공격적인 성향을 유지하면서 실투는 최대한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 4회말 무사 1, 3루 때 한화 김인환이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늦게 빛을 본 김인환은 어느 때보다 야구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는 “프로에 지명도 안됐고, 2군 생활도 길고, 힘들었다”며 “그때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지금 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석에 자주 서다 보니 이제 여유가 생겼다”며 “이제 상대가 변화구를 자주 던지는 것도 느끼게 됐고, 이걸 대처하는 게 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인환은 끝으로 “부모님께서 힘들 때마다 괜찮다고 말씀해주셨고, 또 주변에서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분들 덕분에 힘을 얻어서 단 한번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며 “부모님께서도 요즘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해주시고 좋아해 주신다”고 기뻐했다.

 

밝은 표정이 알파카와 닮아 생긴 별명에 대해서는 “너무 마음에 든다”며 “알파카 인형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인사했다.


대전=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