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가 병원 입원 대신 외래 진료를 받는 ‘탈원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문제는 조현병 환자의 경우 자신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믿는 질병인식 불능증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치료를 거부하는데, 현재 시스템은 입원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책임을 보호자에게 너무 많이 전가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강제입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으로 반대로 ‘탈원화’만 외치게 되면 치료 중단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1990년대에 ‘준비 없는 탈원화’로 실패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탈원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치료를 위한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합니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는 2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현병 치료와 관련해 양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강제입원’이 환자 인권을 침해했다면, 현재의 시스템은 치료의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인 가구 등 향후 직계혈족이 없는 환자들이 증가하면 조현병 치료와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현병은 뇌의 이상으로 인해 발병하는 중증 정신질환이다. 조현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망상 △환각 △의사소통이 심하게 둔화되는 긴장증 △와해된 언어(횡설수설) 등이 있다.
김 교수는 “망상이나 환청 등 조현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 약물 치료를 하면 사회적 기능이 상당 부분 회복된다. 그러나 호전이 되면 많은 환자가 약물치료를 임의로 중단한다”고 지적하며 “그러면 또다시 망상과 환청 등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되고, 반복될수록 치료에 대한 반응과 사회적 기능 회복률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조현병은 약물치료 중단 시 재발 비율이 90%에 달하는 만큼 ‘꾸준한 치료’가 제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매일 약을 먹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지는 본인과 가족 외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보호입원’은 이런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그 절차가 까다롭다. 보호자 2명이 동의하고, 의사가 ‘자해·타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국·공립, 복지부 지정 병원 등에서 2주 이내에 추가로 일치하는 소견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2주 이내 소견서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김 교수는 “환청과 망상은 뚜렷하지만 자해나 타해의 가능성은 상당히 모호하다. 예를 들어 간암 환자의 음주를 자해행위로 볼지, 아니면 알코올 중독자의 음주까지 자해행위로 볼지, 위험 판단이 쉽지 않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게다가 보호입원이 무산되면 이에 동의한 가족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비자의 입원’인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의 비율은 턱없이 낮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송과 병원비 미지급을 우려해 병원과 지자체가 입원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김 교수는 이런 점에서 사법 입원제도 도입과 외래치료 명령제 강화, 장기지속형 주사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법입원과 외래치료 명령제를 통해 최종 판결과 집행에 사법제도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경우는 환자가 매일 약을 먹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고 이를 통해 환자의 치료 의지도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일 먹는 경구약과 달리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경우 1∼3개월 간격으로 주사를 맞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피해망상으로 교통사고를 냈지만 치료를 원치 않은 환자가 있었는데, 장기지속형 주사제 치료를 통해 본인에게 질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고, 그 후로는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제공하는 직업훈련, 대인관계 훈련, 자조 모임 등 정신사회적 치료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정신병원 탈원화를 시행하고,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준비 부족으로) 탈원화가 진행되면서 환자들이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감되는 비율과 노숙자의 비율이 급증했죠. 진정한 의미의 탈원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병원에서 교도소, 구치소로 옮겨가는 ‘기관 이동’ 현상만 발생한 겁니다.”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과 함께 그가 인터뷰 중 누차 강조하는 것이 ‘편견 없이 바라보기’다.
“폐렴 환자에게 숨이 찰 정도로 격한 운동을 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조현병 환자에게 마음이 약하니 마음을 굳건하게 가지라는 조언도 마찬가지입니다. 폐렴 환자에게는 염증을 가라앉힐 항생제가 필요하듯, 조현병 환자에게는 조현병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를 잘 받는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도 낮습니다. 최근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처럼 약물 순응도가 높은 치료 옵션이 개발돼 많은 환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꾸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진짜 조현병 환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