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수원 세 모녀’ 사건의 대응책으로 내놓은 직통 민원전화에 나흘간 100건 넘는 사연이 접수됐다. ‘010∼’의 휴대전화 형태를 띤 회선에선 직원들이 ‘안타까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지난 21일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뒤 나온 대책들이 임기응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는 고민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 김동연 지사 ‘010∼’ 전화번호 공개…“고민과 실천 뒤따라야”
28일 도에 따르면 지난 25일 개통된 직통 전화에는 이날 오전 9시까지 103건의 민원이 들어왔다. 통화 48건, 문자메시지는 55건이다. 이날 오전에만 14건이 몰리며 하루 평균 30건씩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다리 골절 수술 이후 거동치 못하는 80대 어머니를 모셨다는 시흥시의 A씨는 “너무 힘든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며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어머니 병간호 탓에 일할 수 없어 주택 월세와 건강보험료 등이 밀렸다고 호소했다.
화성시 B씨의 경우 투병생활로 조만간 수입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었다. B씨는 “남편은 말기 암 환자이고 나 또한 희귀병으로 제대로 직장을 갖지 못해 최저 시급으로 생활한다”고 했다. B씨는 본인 명의의 빌라가 있어 차상위 계층 신청을 하지 못했다. 이에 집을 팔았지만, 전세금을 돌려주고 나니 남는 게 없다며 병원비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도는 이들에게 긴급복지 신청 방법에 대해 안내한 뒤 관할 시·군의 행정복지센터 복지 담당자를 연결했다.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급여 등을 지원받도록 일선 공무원이 신청서 작성을 돕게 했다. 해당 시·군은 향후 지원 가능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이처럼 직통 민원전화는 순항하는 모습이지만, 안착을 위해선 과제도 적잖아 보인다.
우선 접수된 민원 가운데 복지 사각지대와 관련된 건은 4분의 1에 그친다. 나머지는 일반 민원으로, 경기도가 운영 중인 120경기도콜센터와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현재 120콜센터로 걸려오는 전화의 상당수도 복지서비스 문의로, 자칫 ‘옥상옥’ 구조가 될 수 있다. 이에 도는 다음 달 초까지 시범 운영한 뒤 기존 120콜센터와 연계한 ‘긴급복지 전용 콜센터’를 출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 ‘옥상옥 체제’·‘컨트롤 타워’는 과제…수원·화성시도 후속책 잇따라
아울러 현재까지 도의 역할은 일선 시·군의 복지 담당자에게 협조를 구하는 데 머물고 있다. 도에서 파견한 복지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해 중복 관리를 하고, 도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후속책이 요구된다.
앞서 김동연 지사는 지난 23일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벼랑 끝에 선 도민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하지만 “콜센터를 설치해도 전화조차 못 하는 이들이 있다” “어떻게 도지사가 전화를 받느냐” “촘촘한 복지서비스가 먼저”라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당일 오후 SNS에 올린 글들이 내려졌고 이틀 만인 25일 오후 보완책을 담은 글과 함께 직통번호가 공개됐다. 김 지사는 “직접 응대하지 못하지만, 특별히 지정한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다”며 약속했다.
한편, 이 사건 이후 세 모녀가 주소를 뒀던 화성시는 정명근 시장의 지시로 ‘고위험가구 집중발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에 들어갔다. 세 모녀처럼 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 등으로 복지서비스 ‘비대상’으로 등록된 1165가구가 대상이다. 28개 읍·면·동 담당자로 구성된 TF는 연말까지 4개월간 운영된다.
세 모녀가 실제 거주했던 수원시도 이재준 시장의 지시에 따라 주민등록 사항과 관계 없이 모든 시민의 거주 환경과 생활 실태를 다음 달부터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활용한 조사에는 집배원과 수도·가스 검침원 등 2400여명의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이 투입된다. 안산시도 중앙정부와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기관리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21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투병 생활을 하면서 생활고를 겪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긴급생계지원이나 주거지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혜택 대상에 해당할 수도 있었으나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고, 실제 주거지가 주소 등록지와 달라 복지서비스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