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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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정치개혁에 나설 때다

국민의힘, 새 비대위 구성 진통
민주당, 李대표 ‘방탄용’ 당헌 개정
일찍이 본 적 없는 혼탁한 정치
정치개혁 공론화 미룰 이유 없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혼돈 상태다. 이준석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지난 26일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본안 판결 때까지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전 대표에 대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가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상황’이 아니어서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전까지 당헌·당규를 고쳐 비상상황 조건을 구체화하고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때까지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당 윤리위원회에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수준의 추가 징계를 촉구했다. 나아가 법원에 이의신청을 한 데 이어 법원 결정 집행정지 신청서를 냈다. 이 전 대표도 비대위 효력 등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 내분에 불이 붙은 꼴이다.

당 안팎에선 “당이 민주주의도 버리고 법치주의도 버리고 국민도 버렸다”, “사태 수습 능력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방침에 대해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책임론이 최대 변수다. 윤 대통령은 “우리 당이 중지 모아 내린 결정이면 존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새 비대위 구성 이후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를 노출하고 비대위 전환을 주도한 권 원내대표와 윤핵관에 대한 퇴진 요구는 날로 비등하고 있다.

박완규 논설위원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을 당대표에 선출했다. 함께 당선된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친이재명계다. 정권 교체 후 첫 정기국회를 눈앞에 두고 막강한 입법 권력을 지닌 ‘이재명 민주당’이 출범한 것이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많은 이들이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이다.

앞서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26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조항과 관련해 독립기구인 윤리심판원 대신 당대표가 의장을 맡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틀 전 부결된 안건 중 일부를 삭제하고 재투표에 부친 데 대해 일사부재의 원칙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숱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 대표를 위한 ‘방탄용’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처럼 혼탁한 정치를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정당 민주주의는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제야말로 판을 갈아야 할 때다. 학계는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려면 정치개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학자 임혁백은 포퓰리즘과 정치의 사법화 등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선제적인 민주주의 제도 혁신과 재창조를 통해서 새로운 민주주의로 거듭나야 한다”(‘민주주의의 발전과 위기’)고 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 삶이 반 발짝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나서 정부·여당에 협력하겠다”며 “영수회담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정치개혁 방향을 논의할 기회로 삼을 만하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국정 동력이 약화됐고, 민주당은 대선을 비롯한 세 차례 선거에서 연패하고도 당 쇄신을 미적대고 있다. 정치개혁 요구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치개혁이야말로 여야 모두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에서 개헌 등 정치개혁과 관련해 “선거법·정당법을 변화된 정치 상황에 맞게 고쳐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대표도 대선 후보 시절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제 개편,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등 정치개혁안의 당론 채택을 주도한 바 있다. 정치개혁 공론화를 더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여야는 민의를 존중해야 한다. 민생 위기 상황에서 길 잃은 답답한 정치를 뜯어고치라는 게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2024년 총선까지 남은 기간에 당내 의사결정 구조와 공천 시스템부터 바꿔 정당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협치의 길도 열 수 있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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