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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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세월만 20여년… 포크송으로 ‘치유’ 전할 것”

송창식·함춘호, 3년 만에 한 무대

9월 30일 대구포크페스티벌 참가
전설적 가수·기타리스트 재결합

송 “정치적 편향된 곡 옳지 않아
사랑 등 부담 없는 노래 부를 것”

함 “소리 하나를 내더라도 ‘깊게’
‘오리지널리티’ 위해 연습 거듭”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동안 무대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죠. 그러다 보니 큰 장소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에 의문이 생겨요. 제대로 (진행)되는 것일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런 가운데 오프라인으로 대구포크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에너지가 있는 공연이어서 은근히 기대되네요.”

살아있는 전설인 포크 가수 송창식과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9월 30일 ‘2022 대구포크페스티벌’에서 무대를 선보인다. 송창식과 함춘호는 “장소만 바뀔 뿐 계속 사람들을 만나 포크를 노래하겠다”며 “오랜만의 에너지가 있는 공연이어서 은근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창식 제공

살아있는 전설인 포크 가수 송창식과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3년 만에 한 무대에 선다. 9월 30일에 대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2022 대구포크페스티벌’에서다. 올해 8회째를 맞는 대구포크페스티벌은 그동안 이장희, 장필순, 최백호, 부활 등 쟁쟁한 가수들이 무대를 선보여왔다.

1968년 ‘트윈폴리오 1집’으로 데뷔한 송창식은 1971년 솔로 가수로 전향하고 ‘피리 부는 사나이’ ‘고래사냥’ ‘왜 불러’ ‘가나다라’ ‘담배가게 아가씨’ 등을 발표하며 1970년대 한국 포크록을 주도한 한국 가요사에 남을 위대한 가수다. 함춘호는 포크 밴드 ‘시인과 촌장’ 멤버이자 대한민국 최고 기타리스트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26일 경기 하남 미사동(미사리) 라이브 카페 록시(전 쏭아)에서 만난 송창식과 함춘호는 “많은 사람이 힘든 지금 포크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의 치유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70년대 포크송은 사회적, 정치적인 메시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저는 음악가입니다. 가사와 멜로디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건 옳지 않습니다. (제 노래는) 사랑이야기 등을 노래해 지금 들어도 부담이 없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그런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송창식)

송창식

이번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냐는 기대에 대해 송창식은 “팬들은 내가 기존 노래를 원래 방식대로 부르길 기대하고 있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에게 혼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십년 동안 부른 노래라서 편하지 않냐는 질문엔 “지금은 나이를 먹어 기타 연습을 하루라도 쉬면 몸이 움직이지 않아 (실력이) 퇴화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매일 연습한다”고 말했다. 옆에서 송창식의 말을 듣고 있던 함춘호도 “그래서 나도 지금도 계속 연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는 지난 28일 후배 기타리스트 김영소, 정성하, 장하은과 합동 콘서트 ‘골든 핑거스: 함춘호, 김영소, 정성하, 장하은’도 개최했다.

“각자 경험한 시대와 처해 있는 위치가 다르다 보니 그 친구들(김영소·정성하·장하은)이 하는 음악과 제가 하는 건 다를 겁니다. 그 친구들이 지금 에너지로 할 수 있는 테크닉적인 것을 보여준다면, 저는 소리 하나를 내더라도 깊게 하죠. 송창식의 노래를 요즘 친구들이 많이 카피해도, 그 노래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맛을 내기는 힘듭니다. 저희는 그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연습하는 거죠.”(함춘호)

송창식과 함춘호의 인연은 20년이 넘었다. 두 사람의 케미가 유명해진 것은 ‘세시봉 콘서트’. 송창식과 함춘호가 주고받는 ‘기타의 대화’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런 두 사람의 케미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 연출, 박해일·탕웨이 주연의 ‘헤어질 결심’ 엔딩 자막이 올라갈 때 흘러나온 ‘안개’ 때문이다. 가수 정훈희와 송창식이 함께 부르고, 함춘호가 연주를 맡았다. 안개는 1967년 정훈희 데뷔곡으로 같은 해 개봉한 김수용 감독 연출, 신성일·윤정희 주연 영화 ‘안개’ 테마곡이기도 했다.

“처음 녹음할 때 박찬욱 감독이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면서 안개가 자욱하게 흐르는 장면’을 연상하며 노래를 불러달라고 정확하게 지시해 줬습니다. 정훈희 선배가 메인 멜로디를 하고, 송창식 선배는 화음으로 받쳐줬고, 저는 그런 분위기를 연주했죠. 이 모든 것은 박 감독의 치밀한 계획하에 만들어진 겁니다. 왜 거장인지 알 수 있었죠.”(함춘호)

함춘호

송창식도 “노래의 인기는 모두 감독 덕분”이라며 “나는 음악가로 노래만 불렀다”고 공을 박 감독에게 돌렸다.

문득 이번에도 그렇고, 20여년을 송창식의 세션으로 활동한 것이 아쉽지 않냐고 함춘호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송창식은 나의 세컨드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반주자”라며 웃으며 답했다. 그는 “송창식 노래로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송창식 노래로 연습을 했기 때문에 나 말고는 그의 노래를 함께해 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함춘호의 설명에 송창식도 “함춘호는 나의 리드 기타리스트”라며 “나는 ‘리듬’ 기타”라고 화답했다. 20년 지기다웠다.

두 사람의 변치 않는 인연처럼 음악에 대한 마음도 계속될 것이라고 송창식과 함춘호는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포크에 대한 관심이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포크라는 노래가 아직도 사랑받고 있는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런 음악을 계속 부를 겁니다. 장소만 바뀔 뿐 계속 사람들을 만나 포크를 노래하겠습니다.”(송창식·함춘호)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