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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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조폭전쟁’처럼… 부산 도심서 흉기 패싸움

‘30년 대립’ 지역 양대 조직 勢다툼
경찰, 1년 수사 끝 총 73명 붙잡아
불법 성매매업소 운영 등도 적발

세력다툼을 벌이던 부산지역 양대 폭력조직원들이 한밤 도로에서 추격전 끝에 흉기를 휘두르며 보복폭행을 벌이다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부산지역 2개 폭력조직원 66명을 붙잡아 이 중 24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경찰 추적을 피해 달아난 폭력 조직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경기지역 조폭 7명을 범인도피 혐의로 붙잡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A파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신규 조직원 14명을 영입했고, 비슷한 시기 B파는 22명의 신규 조직원을 영업하면서 세를 불렸다. 이들 조직원의 충돌은 지난해 5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가진 술자리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됐다. 다수의 B파 조직원들이 A파 조직원 1명에게 집단폭행을 가하자, 해당 조직원은 살아남기 위해 달아났다. 이에 B파 조직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파를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부산 한 장례식장 앞 조직폭력배 보복폭행 장면. 부산경찰서 제공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한 A파 조직원들은 SNS에 글을 올린 B파 조직원을 찾아 수영구 광안대교에서 부산진구 문전교차로까지 추격전을 벌인 끝에 집단폭행을 가했다. A파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B파 조직원들은 보름 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문상 중이던 A파 조직원 2명을 보복 폭행했다. 지난해 10월 A파 조직원 5명과 B파 조직원 8명은 부산 도심 번화가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여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의 보복 폭행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1년 넘게 수사를 벌여 관련자들을 모두 붙잡았다. 또 수사과정에서 B파 조직원들이 부산지역 6곳에서 불법 성매매업소 운영을 통해 폭력조직 운영자금을 조달한 사실과 일반 시민에 대한 폭행 등 민간인에 대한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해마다 신규 조직원을 영입하면서 30년 이상 대립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이와 같은 보복폭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폭력조직원 대부분이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신규 조직원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 내 조직폭력배들의 폭력행위 등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과 더불어 폭력조직의 자금원이 되는 불법 사업의 범죄수익금을 최대한 추적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 성매매업소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 1억2000만원을 특정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법원에 신청하는 한편, 다음달 1일부터 폭력조직 범죄 근절을 위해 조직폭력배 집중단속에 들어가기로 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