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복무 중 후임병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며 가혹행위를 벌여온 20대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0)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1년과 사회봉사 20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19일~12월12일까지 경북 포항시의 해병 1사단에서 복무하던 중 후임병 3명을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상해를 입혀온 사실이 발각돼 재판에 넘겨졌었다.
그는 피해자들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가슴 부위를 때리는 것은 물론 목검이나 빗자루로 골반과 허벅지 등을 구타하기도 했다. A씨가 자행해온 폭행은 200회가 넘는다.
피해자들은 이로 인해 폐쇄성 골절상, 다발성 타박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왔다.
아울러 A씨는 12월에는 부대에서 골프 스윙을 연습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쳐 날린 공을 주워 바닥에 다시 놓도록 하는 등 병영 생활과 전혀 무관한 행위까지 지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A씨는 2개월 동안 후임병들의 민감한 특정 부위에 치약을 바르며 성고문을 가하는 등 강제추행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해당 혐의들을 모두 인정하면서 “군 생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 후임병들을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해명했었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이 사건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참담했다. 피고인은 군대를 지옥으로 만든 것”이라고 개탄했다.
재판부는 “군대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으면 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누가 군대를 가고 싶어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에 의하면 본인 역시 후임병 시절 상급자로부터 부당하게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이 사건의 책임은 피고인에게만 돌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상급자들에게도 군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어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이 한 행동은 정말 엄벌에 처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피해자 3명 모두 피고인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을 존중해 이번에 한해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A씨에게 “본인이 저지른 행위들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하며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