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중부지방에는 80년 만의 폭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스페인 서부 발데카나스 저수지는 기록적인 가뭄이 계속되면서 7000년 전 고인돌이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중국 양쯔강에서는 600년 전 불상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상 최악의 폭우, 가뭄, 폭염 등 이상기후로 식량 생산과 수로를 이용한 공급망 등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5월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동연구팀이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2070년까지 최소 1만5000개의 새로운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나타날 수 있다. 인류는 앞으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새로운 감염병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인 것은 감염병 등 질병에 맞서기 위한 인류의 수단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 방식에 따른 의약품 개발은 5000∼1만개의 신약 후보물질 중 1개 물질을 탐색해 선정하고, 동물을 활용한 비임상시험과 환자에게서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2조∼3조원의 개발 비용과 평균 15년에 이르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적합한 후보물질을 빠르게 찾고, 개발 과정 중 생성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의 종류와 원인,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함으로써 감염병 발생과 확산을 체계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다. AI와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고도화는 치료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하고, 제품 개발의 속도를 가속화하여 환자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의약품 개발과 산업 동향을 공유하고, 규제과학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 9월5일부터 개최되는 GBC에서는 미국, 유럽 등 17개국 산업계 종사자와 연구자, 정부 규제자들이 모여 ‘바이오, 경계를 넘어’를 주제로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욱 가속화될 빅데이터, AI 등 신기술과 신산업의 융합 트렌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바이오헬스산업은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사회적 가치와 신성장 동력으로서 경제적 가치, 그리고 팬데믹 대응이라는 보건안보적 가치를 모두 포괄하는 미래의 핵심 산업이다.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바이오헬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