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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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평화의 소녀상’ 설치 보름 만에 철거-존치 갈림길

국립대 최초로 충남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지 보름 만에 철거와 존치 갈림길에 놓였다.  

 

충남대와 충남대학교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추진위)는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해 철거, 자리 이전 등 원상복구를 포함해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협의했다고 1일 밝혔다. 

 

추진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구성원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대학 측과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녀상 원상 복구를 포함해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대도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가면서 원만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추진위는 광복절인 지난 달 15일 밤 기습적으로 서문 삼각지에 소녀상을 세웠다. 2017년 10월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지 5년 만이었다. 

 

추진위는 그동안 교내에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지만 대학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올해 4월에도 충남대 교수회와 직원협의회, 총학생회, 추진위 등으로 이뤄진 교내 협의체에서 회의를 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당시 회의에선 소녀상이 건립되면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추진위가 대학의 승인을 받지 않고 중장비를 동원해 자의적으로 소녀상을 설치한 것이 알려지면서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 측은 지난 달 22일 추진위에 자진 철거 공문을 보냈다. 

 

충남대는 공문에서 소녀상을 승인받지 않은 ‘불법 설치물’로 간주하고, 국유재산법 제74조 등 관련 법에 따라 학교가 소녀상을 철거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학내 여론도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녀상 건립 목적을 충분히 학교가 이해하고 받아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의도는 좋아도 절차와 과정이 옳지 않다면 민주적 행동이 아니다’라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추진위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대학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대학 측과 원점에서 재논의를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 미확보에 따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철거나 학외 설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 평화적으로 교내에 존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진위와 소통에 나서겠다”면서 “중요한 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며,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