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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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군밤 트럭앞 한산… 줄 늘어설 날 어서오길

짧아질 대로 짧아진 여름밤, 늦은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단밤을 만났다. 마침내 선선해진 밤공기는 가을 같은 여름 또는 여름 같은 가을 모양을 띠고 있었다. 시기가 채 무르익지 않아서일까? 군밤 장수의 화로에선 불씨가 보이지 않았다. 오는 이 가는 이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는 고개 숙인 채 한참을 있었다. 다시 빠르게 시간이 흘러 두꺼운 외투 입은 이들이 군밤 트럭 앞에 줄지어 찾아오는 다디단 겨울밤을 상상하다 버스에 올랐다.


하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