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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꺾인 물가… 추석 이후에 더 내려갈까 [세종PICK]

천정부지로 치솟던 물가가 주춤한 모양새다. 올해 1월 3%대로 시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대비)은 지난 6, 7월 6%대까지 오르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정도로 치솟았다. 지난달에는 상승률이 다시 5%로 하락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추석 이후 소비가 안정세를 보이고, 농축수산물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해 섣부른 전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동월 대비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를 기록했다. 5%대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앞선 두 달 6%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 둔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상승세가 둔화했다. 그러나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작년 동월 대비로 3.7% 오른 뒤 3월에 4.1%, 4월에 4.8%, 5월에 5.4%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6월과 7월엔 각각 6.0%,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상승세 둔화 흐름은 전월대비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전월대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를 기록했다. 전월대비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물가 상승폭 둔화의 원인은 일단 대외적 요인이 크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견인했던 국제유가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배럴당 13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는 90달러 안팎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9.7% 올랐지만, 상승폭은 전월(35.1%)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초반에서 좀 횡보하다가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5%대를 볼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 부총리의 발언이 추석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추석 전인 지난달에 5%대 물가를 기록한 셈이다.

 

9월 추석 전후도 물가 흐름에 주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류 물가 상승폭이 둔화된 데 반해 농축수산물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석을 앞두고 배추· 무 등의 가격 상승세가 60∼7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4대 추석 성수품의 비축량을 풀어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잇는 상황이다. 

2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추세적으로 농산물 가격은 추석 이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 그동안 구입했던 농축수산물을 소요하는 시간이 있고, 이에 따라 새로 구매하는 양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소비가 줄면 가격 하락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감도 여전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산유국 연합체의 원유 감산 얘기가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양상을 예단하기 어려우며 환율 변수도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점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다시 급등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8월 물가에 대해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로 보고 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