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에 자취를 감췄던 ‘플로피 디스크’(디스켓)가 일본 관료조직에서는 이제서야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디스켓·CD·미니디스크·팩스 등 아날로그 형태의 구식 기술과 결별하고 행정의 현대화·온라인화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텔레그래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 디지털상은 지난 8월 30일 기자회견에서 구식 기술 매체들을 사용하는 관례를 비판하며 구식 기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일본에서는 행정 절차에서 각종 서류 제출에 디스켓·CD․·미니디스크 등을 요구하는 조항이 1900개에 이른다.
고노 디지털상은 다음날 트위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온라인 접근·이용이 가능하도록 디지털청은 규제들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디스켓을 구입할 수 있기는 하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디스켓은 1960년대 후반에 개발돼 흔히 쓰이다가 1990년대부터 더 효율적인 저장매체들이 출시되면서 2000년대에는 자취를 감췄다. 32GB짜리 USB 메모리 스틱을 복제하기 위해서는 2만 장 이상의 디스켓이 필요한 실정이다. 일본 전자제품 대기업 소니도 자국 내 디스켓 생산을 2011년 3월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또한 고노 디지털상은 기자회견에서 “팩스기기 (사용을) 철폐하려고 그동안 노력해 왔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팩스기기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고노 디지털상은 행정개혁장관을 맡았었던 스가 요시히데 내각 시절 관공서의 도장이나 팩스 사용 등을 철폐를 지시한 바 있다.
일본이 아날로그 행정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당시 사쿠라다 요시타카 사이버보안 담당상은 “컴퓨터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 일은 지금까지 부하직원들에게 모두 일임해 왔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2019년에야 비로소 일명 삐삐라고 불리는 무선호출기 서비스가 중지됐다.
도쿄시는 지난해 10월 말경에 디스켓 대신 클라우드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공표했다.
니혼자게이신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급여 회계 등을 비롯한 데이터를 디스켓에 저장해서 직원들이 은행으로 가져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