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팔레스타인 지도자의 홀로코스트 폄훼 발언을 옆에서 듣고도 바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반(反)유대주의을 강력히 성토했다. 홀로코스트의 특수성을 부인하거나 다른 범죄와 비교하는 등 상대화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홀로코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을 뜻하며 이 기간 600만명가량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4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독일 ‘야드 바셈의 친구들’(Friends of Yad Vashem) 창립 25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야드 바셈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 이름으로, ‘야드 바셈의 친구들’은 독일에서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추모하고 인종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숄츠 총리는 유대인에 대한 존중의 뜻에서 직접 ‘키파’(Kippa)를 착용했다. 키파란 유대인 남성들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작은 모자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연방정부는 반유대주의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서 반대유주의에는 홀로코스트의 특수성을 부인하거나 다른 범죄와 비교하는 등 상대화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dpa는 이를 숄츠 총리가 팔레스타인 지도자와의 공동 기자회견 때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려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6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베를린을 방문해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함께 취재진 앞에 섰다. 아바스 수반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며 “자꾸 홀로코스트, 홀로코스트 하는데 이스라엘은 1947년부터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주민 마을에서 50건의 홀로코스트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희생된 사건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한 것이다. 당시 숄츠 총리는 굳은 표정을 지었으나 아바스 수반의 발언을 제지하거나 면전에서 항의하진 않았다. 그러자 독일 야당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황당한 궤변을 그냥 듣고만 있었던 것이냐”며 숄츠 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이튿날 오전 숄츠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뒤늦게 “아바스 수반 발언에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홀로코스트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그것을 다른 행위와 비교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