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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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 에미상 탔다

美 방송계 최고 권위상 ‘4관왕’

1949년 개최 이후 처음… 큰 의미
시각효과·스턴트·미술상 등 영예
지영 役 이유미, ‘게스트상’ 받아
단역 불구 섬세한 인물 표현 호평
12일 주요 부문 추가 수상도 기대

지난해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다시 한 번 역사를 썼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서 최소 4관왕에 오른 것. 한국 작품은 물론 비영어권 드라마가 에미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Creative Arts 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에 게스트상과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을 수여했다.

배우 이유미가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게스트상(단역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가장 먼저 이유미가 게스트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이유미는 ‘석세션’ 호프 데이비스, ‘모닝쇼’ 마샤 게이 하든, ‘유포리아’ 마사 켈리 등을 제치고 수상에 성공하며,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 에미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게스트상은 드라마 에피소드마다 주인공급 역할을 한 배우에게 주는 것으로, 이유미는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폭행을 일삼았던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출소하자마자 게임에 참가한 지영 역을 맡았다. 나오는 분량은 짧지만 지영의 염세주의적 태도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이유미는 시상식 무대에 올라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오징어 게임’ 팀에 고맙다”고 밝혔다. 이후 ‘오징어 게임’은 시각효과상, 스턴트상, 미술상을 잇달아 차례로 수상하며 지난해 전 세계 인기를 휩쓴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날 ‘오징어 게임’이 다관왕에 오르면서 오는 12일 열리는 에미상 주요 부문 시상식에서 더 많은 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에미상은 시상 부문이 많아 세 차례로 나눠 시상식을 진행하는데, 이날 열린 행사는 ‘크리에이티브 아츠’라는 이름으로 주로 기술 부문 시상이 진행됐다.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점쳐진 기술 부문에서 ‘오징어 게임’이 뜻밖의 선전을 펼치면서 작품·감독·극본과 남녀 주·조연상 등 주요 부문 시상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에미상은 1949년 처음 개최된 후 줄곧 영어로 제작된 드라마들만 후보에 올렸기 때문에 이번 ‘오징어 게임’ 수상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미국 회사인 넷플릭스 작품인 ‘오징어 게임’은 순수한 한국 드라마라고 볼 수 없지만, 한국어로 된 드라마가 노미네이트에 이어 수상까지 한 것은 놀라운 변화다.

에미상 역시 아카데미처럼 비영어권 작품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그 변화를 K-콘텐츠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은 워낙 히트작이었기 때문에 에미상 역시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문화적으로 소수자(비영미권 문화·유색 인종)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흐름 속에서 영화, 음악 등 한류의 흐름을 타고 한국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