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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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빌딩풍·월파 우려 대피… 제주, 하늘길·뱃길 끊겨 ['괴물 태풍' 힌남노 상륙]

해운대 등 해안가 초고층 아파트 긴장
부산 지하철 지상구간 운행 중단 조치

제주, 항공편 운항 취소 350여편 달해
9개 항로 모두 통제돼 완전 고립 상태

北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 일부 개방
합참 “우려 수준 아니지만 계속 방류”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속도를 높여 시시각각 북상한 5일 제주·남부 지역은 잔뜩 긴장한 채 만반의 대비를 갖췄다. 초고층 아파트 지역에서는 태풍이 몰고 올 강풍에 시름이 깊었다. 수확을 앞둔 과수원과 논밭, 가두리 양식장 등에서는 분주히 일손을 놀리며 조금이라도 피해가 줄기를 기원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힌남노가 6일 오전 부산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자 부산 해안가 초고층 아파트 주변에서는 빌딩풍과 월파 가능성을 우려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 들어선 엘시티 주변의 미포항 상인들로 구성된 미포 발전협의회 관계자는 5일 “과거 큰 태풍 때는 엘시티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태풍으로 주변으로 어떠한 피해가 발생할지 감이 오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힌남노보다 세력이 약한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도 빌딩풍으로 마린시티 일대에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가 났다. 전문가들은 초속 40m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힌남노의 바람에 빌딩풍까지 더해지면 예상하기도 힘든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 해운대구는 월파 우려 지역에 있는 주민과 업주를 대상으로 이날 오후 6시부터 시행하는 대피 권고를 내렸다.

부산교통공사는 6일 오전 첫차부터 태풍 상황 해제 시까지 1∼4호선 지상구간 운행을 중단한다. 부산항도 이날 운영을 중단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해상에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뉴시스

태풍의 길목에서 가장 먼저 힌남노를 맞닥뜨릴 제주는 이날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끊겨 완전히 고립됐다. 이날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에 따르면 이날 계획됐던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중 320편은 전날 미리 운항 일정을 취소했으며,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나머지 142편 중 36편(출발 17, 도착 19)이 운항 취소됐다. 바닷길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힌남노는 특히 만조 시간대와 태풍이 지나는 시간대가 겹쳐 시름을 키우고 있다. 해양수산부 비상대책본부는 “해안가 저지대 월파(파도가 방파제를 넘는 현상)나 침수 발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힌남노는 6일 새벽 1시쯤 제주도에 최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같은 날 오전 5시 20분 서귀포시, 오전 5시 22분 성산포 등이 만조에 접어든다. 게다가 태풍 내습 전 제주에는 사흘간 최고 450㎜가 넘는 비로 하천이 불어난 상황이라, 만조로 바닷물이 들어차면 범람 우려가 있다.

마산 어시장 차수벽 5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 산책로에 태풍 ‘힌남노’ 북상을 대비해 차수벽이 가동되고 있다. 이 차수벽은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설치됐으며 2018년 준공 후 두 번째 가동됐다. 창원=연합뉴스

경남 창원시도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주민 156명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창원시는 저지대에 위치해 침수 위험이 있거나 산사태 피해가 우려되는 5개 구 주민에게 이날 12시를 기해 대피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경남 남해군은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남해대교 통행을 전면 제한했다.

수확기 농작물 피해도 우려된다. 각 지자체 농업기술원은 비닐하우스 등 농업시설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이날 농민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과수 나무에 일일이 받침대를 세워 지지력을 보강하고, 방풍망을 점검했다.

양식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전국 최대 해상가두리 양식장 밀집지인 경남에서는 2003년 태풍 ‘매미’의 악몽이 재현될까 두려워했다. 당시 매미는 경남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통영시 등 각 지자체는 양식장 관리 인력을 전원 육지로 대피시키고 양식장 그물망·닻 등에 연결된 밧줄을 단단히 붙들어 맸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다행히 태풍이 앞세운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다. 제주에서 주택 8동, 상가 3동, 차량 1대가 침수돼 퇴수 및 견인조치가 완료

강풍에 쓰러진 나무 5일 태풍 ‘힌남노’가 앞세운 강풍에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서 큰 나무가 주택으로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급히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됐다. 태풍 피해 우려로 일시 대피한 사람은 86가구 106명이며, 임시거주시설로 대피한 사람은 71가구 91명이다. 국립공원 22개의 탐방로 609개가 통제됐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로 북상 중인 가운데 5일 오전 전남 여수 국동항에 태풍을 피해 대피한 어선 선박들이 가득차 있다. 뉴스1

선박들도 항구로 대피했다. 이날 오전 5시를 기해 부산지역 어선 3515척을 비롯한 각종 선박이 피항을 마쳤다. 전북에서는 어선 3173척이 피항했다. 전남 지역에서는 어선 2만7000여척이 선박 간 충돌 방지 조치를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여객선 46개 항로 66척이 운항 중단됐다.

이날 북한은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을 일부 개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의 황강댐 수위는 현재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방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에 댐 방류 시 사전 통보를 해달라고 촉구하는 장관 명의의 통지문을 이날 오전 9시 전달하려고 했지만, 북한이 수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주=임성준 기자·전국종합, 김범수·이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