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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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 ‘전기차 차별’ 총력 외교전…EU 등과 다자 공조도 나서

정부, 美 세제혜택 배제 대응책 마련

통상본부장 “전기차법, 한·미 통상 시금석
양자회담 고위급 채널 조속 가동 노력”
7일 타이 USTR 대표 등과 회동서 논의
日·EU 등 피해 예상 국가와 공조도 추진

19~20일 유엔서 尹·바이든 회담 가능성
해리스 美 부통령 방한 때도 논의될 듯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인플레 감축” 자찬
외교소식통 “법 수정 조치 힘들 것” 전망

윤석열 대통령의 19∼20일 유엔총회 참석 계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이 확정되면 한국 전기차를 세액공제 혜택에서 배제한 미국 전기차법(정식 명칭 기후변화법) 문제가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한·미 최고위급 회담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서 북미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문제 협의를 위해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우리 정부는 전기차법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미 양자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유럽연합(EU) 등과 다자 공조에도 나서는 총력전 태세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대상으로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고 부르며 정권 출범 이후 최대 입법 성과로 강조하는 악조건 속에 분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회 대상 총력 외교전

미국 정부와 전기차법 논의를 위해 방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현지시간)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하고, 전기차법과 관련해 한·미 간 장관급 협의 채널을 가동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앞서 5일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기차법은 한·미 간 산업통상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금석이 되는 사안”이라며 “향후 한·미 간 산업 생태계 구축에 있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하고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또 타이 대표와의 회동이 이번 사안에 대한 양국 각료급의 첫 만남이라고 소개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채널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1차 본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지원 촉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안 본부장은 “지금 법 개정을 하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시간이 걸리는 경우 그때까지는 행정부 차원에서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말 산업부, 기획재정부, 외교부로 구성된 정부 합동 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이달 중순 방미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전기차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의회 외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는 지난 2일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과 통화를 하고 한국 측의 우려를 전달했다. 윌슨 의원은 “이 문제를 신중하게 살펴보겠으며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계속 협의하자”고 말했다고 조 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밝혔다.

임수석 신임 외교부 대변인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U 등과 다자 공조도 나서

전기차법에 피해가 예상되는 관련 국가와의 공조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유사 입장국과 실무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한국, EU, 독일, 일본, 스웨덴 등 유사 입장국은 본국뿐만 아니라 워싱턴 현지 공관에서 수시로 접촉하며 의견을 청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미 대사관은 지난주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독일, 영국, 일본, 스웨덴, EU의 주미 대사관 관계자들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다자 차원의 공조가 국제 통상 차원에서 전기차법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국가들과 양자, 다자 간 협의를 통해 현재 각국의 상황을 공유하고 공조하는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5일 노동절을 맞아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방문해 “전 세계의 제조업이 미국으로 몰려오고 있다”며 “한국, 일본,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기업 대표가 나에게 그들이 미국에 오려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설명했는지 아느냐”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환경과 가장 우수한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기차법 등의 입법으로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외교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계속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법을 수정하는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김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