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가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 숲 조성 사업’이 시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쾌적한 휴식 공간 제공은 물론 미세먼지 저감과 도심 경관 개선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도시 숲이 사람에게 주는 혜택과 숲이 지닌 가치가 갈수록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에 조성된 1㏊의 숲은 연간 미세먼지 46㎏을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 168㎏을 줄여 일반 도심보다 미세먼지 농도를 30%가량 낮춰준다. 특히 도시 숲이 많은 지역은 적은 지역에 비해 우울증상 역시 18% 정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와 혈압을 낮춰주는 등 ‘숲세권’이 시민들의 건강 증진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축구장 66개 규모 도시 숲 조성
‘건강과 힐링’을 위해 걷기 좋은 도심 속 공원과 도시 숲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포항시가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숲 등 녹색 공간을 대폭 확충하며 철강 산업 중심의 회색도시에서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녹색 생태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린웨이 프로젝트’는 사람과 도시, 생태와 문화, 그리고 산업경제를 하나로 연결해 지속가능한 생태문화도시의 기반을 구축하는 정책이다. 천혜의 해양, 울창한 산림이 도심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포항의 특성을 잘 살려 센트럴(도심)·오션(해양)·에코(산림) 그린웨이의 3대 축 권역에 대해 다양한 세부 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대표사업인 ‘포항 철길 숲’을 필두로 해도도시숲 등 도시숲,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오어지둘레길 등 둘레길, 비학산 휴양림, 운제산 산림욕장 등 산림휴양시설을 두루 조성하면서 포항 곳곳에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과 관광객 발길을 이끄는 녹색 공간들이 풍성해지고 있다.
시는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그린웨이사업을 통해 축구장 66개 규모인 47만여㎡의 도시 숲과 녹지 공간을 새로 넓혔고,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시민 참여로 1442만여그루의 나무를 심어 도시숲과 산에 생명력을 더했다.
특히 최근 복개된 도심 하천의 생태 복원을 역점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 호미반도 산림복지단지 등 해양·생태 관광의 허브가 될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통해 ‘사람 중심의 건강한 녹색 도시’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대표사업인 철길 숲은 옛 동해남부선 폐철길(23만여㎡)을 활용해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서 남구 유강 정수장까지 9.3㎞ 구간에 조성된 긴 띠처럼 조성된 도시 숲 공원이다.
106종, 27만여그루에 이르는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고 벽천분수·음악분수·스마트 도서관·유아놀이숲 등을 곳곳에 만들어 휴식, 여가 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해도도시숲은 철강공단과 가까운 도심에 위치해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해도근린공원 잔디밭 8만4000여㎡에 각종 나무와 꽃 35종 9만6000여그루를 심어 철강공단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근로자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맨발걷기가 가능한 산책로인 ‘맨발로(路)’를 도심 생활권과 가까운 도시 숲, 수변공간 등에 대거 조성해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0곳의 맨발로를 선정하고 세족시설과 맨발 걷기 효능 안내판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 삭막했던 산업도시에서 탈피해 건강한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수익 창출까지
포항의 도시 숲은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는 ‘2050 탄소중립’에 한발 앞서 대응하며 시민 휴식 공간 확보와 더불어 ‘돈까지 버는 숲’으로 다각도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포항시는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 포항 철길 숲과 해도도시 숲 등 2곳이 승인을 받았다. 이 가운데 포항 철길 숲은 올해 4월 국가 배출량 인증위원회 심의에서 최종 승인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해도도시 숲이 승인받은 바 있다. 올해 4월 현재 전국에서 배출권을 획득한 숲은 모두 9곳으로 이 중 포항은 2곳을 보유해 지자체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권 획득으로 포항 철길 숲과 해도도시 숲은 각각 연간 40t과 26t씩 향후 30년간 1200t과 780t, 총 2000t의 탄소흡수량을 인증받아 철길 숲이 약 4200만원, 해도도시숲은 약 2700만원 등 7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얻게 된다.
포항이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확보하는 도시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는 뱃머리마을 문화 숲 등 배출권 거래 등록을 추가로 추진 중이며, 거래가 활성화되면 수익금은 앞으로 더 많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의 도시 숲은 국내는 물론 해외의 권위 있는 녹색도시 분야 평가에서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13건을 수상하면서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포항 철길 숲은 동아시아 최초로 지난 4월 영국정부 산하 환경단체인 KBT에서 시행하는 ‘그린 플래그 어워드’에 인증됐다. 이와 함께 포항시가 그린웨이를 통해 조성한 여러 도시숲이 환경부, 산림청 등 정부 각 부처 및 경북도의 각종 녹색도시 조성 및 환경 평가에서 매년 잇따라 수상하고 있다. 이는 포항시가 친환경 녹색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탄소 중립 선도도시의 경쟁력 또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응수 시 건설교통사업본부장은 “철강산업도시 포항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녹색생태도시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그린웨이가 추구하는 핵심 방향성”이라며 “도시숲을 꾸준히 늘리고 잘 관리해 시민들의 일상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건강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 “도시 어딜 가든 숲과 정원 ‘5분 녹색도시’ 완성에 최선”
“사람을 중심에 둔 녹색생태도시를 그려가는 그린웨이를 지속 추진해 생활 가까이에 도시 숲을 지속해서 늘려 쾌적하고 여유로운 도시공간을 만들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겠습니다.”
이강덕(사진) 경북 포항시장은 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걷는 것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녹색 보행자 고속도로’ 구축과 도시 어딜 가든 숲과 정원이 있는 ‘5분 녹색도시’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2016년부터 새롭게 만든 도시 숲 면적이 47만5720㎡, 축구장 66개에 이른다. 포항철길 숲과 해도도시 숲은 최근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에 등록되면서 탄소중립 선도도시 이미지 구축과 부가수익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맨발걷기가 가능한 산책로인 ‘맨발로(路)’를 도시 숲과 수변공간 등 30곳에 조성해 삭막했던 산업도시를 탈피하고 건강한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높여가고 있다.
이 시장은 “산업화 시대 형성된 속도와 효율성 중심의 도시 구조를 여유와 쾌적성 중심의 미래형 녹색도시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철강산단 주변에 탄소 흡수원 확보를 위해 도시 숲을 더욱 늘려 굴뚝보다 숲과 나무를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하고, 학산천을 비롯한 도심하천 복원이 완성되면 포항은 숲길과 물길이 어우러진 쾌적한 녹색도시로 변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을 대표하는 철길 숲은 도심 한가운데에 긴 띠 형태의 녹색 공원이 생겼다. 철길숲에서 10분 거리에는 포항시 인구의 40% 이상인 21만여명이 거주해 접근성이 좋은 데다 주변 건물과 환경이 말끔하게 새단장되는 자생적인 도심 재생 효과까지 거두면서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이 시장은 설명했다.
그는 “골목상권 활성화와 도시재생까지 촉진하는 철길 숲을 ‘허리’ 삼아 도시의 핵심지역을 숲길로 연결할 계획”이라며 “직장, 학교, 시장 등이 숲길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 ‘도심 권역 순환형 숲길네트워크’가 구축돼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해지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시장은 “이를 통해 도시의 숲길을 따라 시민들이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인문학콘서트 등 운동과 휴식 등을 즐기면서 삶의 방식과 문화까지 건강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도시 숲 연결과 생태하천 복원, 천혜의 바다 풍경을 즐길 해안둘레길 완성, 보행자 중심거리 조성은 물론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 등 역점 사업과 연계해 도시의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