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 대해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유가 전망, 기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는 올해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상방 리스크가 작지 않아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4%를 웃돈 후 빠르게 높아져 지난 6월에는 외환위기 이후(1998년 11월·6.8%) 처음으로 6%대에 진입하는 등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높은 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던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 현상은 다소 완화됐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상황이 악화할 경우 공급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또 한은은 민간소비 회복세, 미국 통화정책 긴축에 따른 달러화 강세, 4%를 웃도는 기대인플레이션율에 따른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 등도 국내 물가에 추가적 상방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성장과 관련해 “국내 경제는 상반기까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경기 하강의 주원인으로는 글로벌 성장 둔화가 꼽혔다. 미국은 금리 상승 영향으로, 유로 지역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차질로, 중국은 코로나19 봉쇄조치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오른 기준금리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올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그동안 쌓인 부채와 높아진 자산 가격이 통화정책 긴축의 영향을 확대할 소지가 있고, 저소득·과다 차입 가계를 중심으로 소비 제약 효과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시장은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대출도 대출금리 인상과 주택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겠지만,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은행 등 금융기관도 가계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하반기에 증가 규모가 다소 커질 가능성은 있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한은은 “최근 주택가격이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지만, 향후 흐름이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며 “그동안 누적된 금융 불균형 위험을 기조적으로 줄여나갈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