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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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위배행위로 손해 입혔는데 업무상배임죄 성립하지 않는 경우 [알아야 보이는 법(法)]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를 하고 그러한 임무위배행위 탓에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경북 군위군수이자 사단법인 군위군 교육발전위원회 이사장인 피고인이, 군위 축협 조합원들이 군위군에서 추진하던 신공항 사업을 반대한다는 이유 등으로 위원회 명의로 군위 축협에 예치된 20억원 규모의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고 그 돈을 군위 농협에 재예치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군위 농협에 ‘20억원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위원회에 ‘정기예금 중도 해지로 만기 이자 일부를 받지 못하게 된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업무상배임죄로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제1심과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업무상배임죄에서 ‘재산상 이익 취득’과 ‘재산상 손해 발생’은 대등한 범죄성립 요건이고, 이는 서로 대응하여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임무위배행위로 여러 재산상 이익과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재산상 이익과 손해 사이에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등 일정한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군위 농협의 재산상 이익과 위원회의 재산상 손해 사이에 대응관계 등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2022. 8. 25. 선고 2022도3717 판결).

 

중도 해지한 예금의 재예치 여부는 피고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지, 군위 축협의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면 반드시 군위 농협에 재예치하게 된다는 식의 관련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군위 농협이 통상적인 이율보다 지나치게 낮은 정기예금 이자를 지급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때 지나치게 낮은 정기예금 이자를 지급하면 왜 업무상배임죄가 될 수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는데, 위원회가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를 못 받는 손해”와 군위 농협이 “통상적으로 주어야 하는 이자를 안 주고도 20억원을 운용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 사이에는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그런데 그런 사정이 없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필자도 항소심까지 업무상배임죄가 인정된 피고인을 변호하여 대법원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업무상배임죄의 판단에는 항상 면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김추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