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거래 절벽' 수도권 아파트값, 10년 만에 최대폭 하락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 2700억 증발
고금리·경기둔화 우려에 수요 실종
2023년 1분기까지 하락 지속 전망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거래절벽도 계속되면서 10년 전 주택시장 침체기 때와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경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시행 이후 매물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시가총액이 2700억원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부동산R11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총 1357조4685억3800만원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시행(5월 10일) 직전이었던 4월 말 1357조7435억200만원에 비해 2749억6400만원 감소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로 집을 팔려는 매물은 늘었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둔화 우려로 집을 사려는 수요는 줄면서 아파트값이 하락한 결과다.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인 5월9일 5만5509건에서 현재 5만9759건으로 7.6% 증가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5월 1754건에서 6월 1079건, 7월 639건으로 계속 감소세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지난주(5일 조사) 서울 아파트값은 0.15% 하락하며 2013년 8월5일(-0.15%)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5월30일(-0.01%) 조사 이후 1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전체 기준으로는 0.21% 떨어져 2012년 9월10일(-0.22%) 조사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경기를 10년 전 주택시장 침체기와 비교하며 ‘10년 주기설’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원 통계로 보면, 2012년 서울 아파트값은 6.55%, 수도권 아파트값은 5.77% 각각 떨어졌는데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은 물론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의 원인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 것이 크다”면서 “주택 매매시장의 침체가 분양시장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값과 시가총액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과거의 전례를 돌이켜볼 때 부동산 시장의 조정국면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역대급 침체장으로 불렸던 2012년의 경우에도 이듬해 4월부터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