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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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태양광’에 혈세 뿌린 文정부… 표본조사서만 1800억원

국무조정실, 운영실태 점검 결과 발표
문재인정부 때 도입 5년 간 12조 투입
‘전력산업기반기금’ 관련 첫 실태 조사
‘226개 지자체 중 12곳’ 대상으로 실시
5% 표본조사에도 2616억원 낭비 확인
위법·부정 대출 1847억으로 가장 많아
‘불법 하도급’에 곳곳서 보조금 빼먹어
태양광사업, 17%서 1847억 비리 적발
전수조사 시 부당 지원금 수조원 추정

문재인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 기조와 맞물려 급부상했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혈세 수천억원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표본조사에서만 태양광 사업자가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하고 대출을 받거나,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대출을 받는 등의 위법·부당 사례가 2000건 넘게 적발되면서 전임 정부의 부실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적발된 문제점들을 수사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을 환수 조치하는 한편,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비리 규모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2018년 10월 30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전략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한 기금으로 사용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 대한 첫 운영실태 조사다. 해당 기금에는 문재인정부 2년차인 2018년부터 약 5년 간 12조원이 투입됐다. 점검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합동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2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점검 결과 위법·부당 사례는 2267건, 부당하게 대출되거나 지급된 액수는 26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법·부당 사례를 주요 유형별로 살펴보면 위법·부적정 대출이 1406건(18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4개 지자체의 금융지원사업 395개(642억원 규모)를 표본 조사한 결과다. 이 가운데 25%에 달하는 99개 사업에서 201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 발급으로 141억원의 부당 대출금이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비를 부풀려서 실제 사업비보다 과다하게 대출을 받거나,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돈을 빌리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현행법상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지만, 예외 규정을 이용해 버섯 재배시설이나 곤충 사육시설을 허위로 설치하고 태양광 시설을 만든 뒤 대출금을 받은 사례도 4개 지자체에서 20곳(34억원) 적발됐다. 전력사업의 전기공사비 내역을 전기분야 기술사 등이 작성한 내역서가 아닌 시공업체 등의 견적서만으로 확정해 대출을 받은 사례도 158건(226억원) 확인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이 2019∼2021년 사이 실시한 ‘태양광 등 발전시설 설치를 위한 금융지원사업’ 6509건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에서도 17%에 해당하는 1129건(1847억원)이 무등록업체와 계약하거나 하도급 규정을 위반하는 등의 사례들이었다. 한 전기공사업 무등록 업체는 발전사업자와 태양광 발전소 공사 계약을 불법으로 맺고, 한국에너지공단에 금융지원을 신청해 자격을 부여받고선 금융기관에서 5억원을 부당 수령한 사례도 있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의 도덕적 해이 역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A시 등 4개 지자체는 약 30억원 규모의 도로·수리시설 정비공사를 203건으로 쪼개 수의계약을 해 약 4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추진단은 부연했다. 정부 장비 구매 입찰에 참여한 특정 업체가 들러리 업체를 참여시켜 40억원 상당의 가격을 담합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한 태양광발전소. 연합뉴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문재인정부 시절) 아무래도 신재생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다 보니 탄탄하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이 말단에서 집행되는 과정에서 부실 집행 사례가 대규모 확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추진단은 적발된 사례들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을 환수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 추가 점검을 실시하고. 지속적인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방안 마련 등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넓힌다면 해당 사업에 낭비된 예산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가 전임 정부를 겨냥한 것이란 일각의 해석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한 것”이라며 “정부가 바뀌어서 한 것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