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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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공개되자마자 신기록 행진… ‘1인치의 장벽’ 무너뜨려 [‘오징어게임’ 에미상 6관왕]

신드롬 일으킨 ‘오겜’

28일간 16억5045만시간 시청
영어 드라마 1위比 10억시간↑

팬데믹 속 OTT 이용 폭증 영향
190여개 나라서 동시에 방영돼

美 각종 시상식서 23개 트로피
“타문화 콘텐츠 장벽 무너뜨려”

‘오징어 게임’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가진 에미상 시상식에서 여섯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74년 역사를 지닌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드라마가 후보로 지명되고,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에미상 수상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그룹 방탄소년단 빌보드·아메리칸뮤직어워즈 수상 등 영화·음악에 이어 방송 분야까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세계 주요 시상식 장벽을 모두 무너뜨렸다는 의미가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오징어 게임은 공개 직후부터 최초의 기록들을 써내려왔다. 이 작품은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 시간 16억5045만시간을 기록했다. 햇수로 18만8000년, 영화와 TV 부문 통틀어 넷플릭스 사상 최다 시청 시간이다. 영어권 드라마 1위 ‘브리저튼: 시즌1’(6억2549만시간)과 비교해도 10억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

인기에 힘입어 오징어 게임 속 초록색 체육복과 가면,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세계 각국에서 불티나게 팔렸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등 한국 전통 놀이도 곳곳에서 재연됐다. 심지어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지난 9일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과 성과를 기념해 9월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단순히 대중적 인기를 넘어 비영어 작품으로서 세계 콘텐츠 업계 판도를 바꾼 드라마이기도 했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미국 시상식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모두 최초였다. 오징어 게임은 이번 에미상 시상식을 비롯해 미국 내 각종 시상식에서 총 23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정재가 받은 연기상만 7개에 달한다. 정호연은 배우조합·크리틱스초이스슈퍼 시상식에서, 오영수는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유미는 에미에서 여우단역상을 받았다. 이 배우들 모두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최초 수상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상식은 단지 작품의 성과를 인증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가진 시대적 의미를 내포한다”며 “오징어 게임의 성과는 글로벌 협업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비롯한 비영어권 콘텐츠들이 주류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신드롬으로 이어진 데에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특히 OTT를 통해 오징어 게임이 190여개국에 각국 자막으로 동시 공개됐으며, 이 작품 누적 시청 시간 중 약 95%는 해외에서 봤을 정도다.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었다면 오징어 게임은 이 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린 셈이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 요인을 꼽는 데는 공들여 완성한 번역이 빠지지 않는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OTT는 혁명적인 플랫폼이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며 “감정적으로 타 문화권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작품도 글로벌 협업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